Che Soave Zeffiretto
"쇼생크 탈출"은 필라델피아와 함께 감명 깊게 본 영화 중의 하나라 아직까지 줄거리도 생생하다. 감히 고전, 명작 중의 하나라고 해도 틀리진 않을 것이다. 교도소라는 처절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마침내 자유를 쟁취해내고 마는 인간승리의 감동을 안겨준 드라마기도 했고, 배우들의 열연으로 142분이라는 짧지 않은 상영시간 동안 몰입하게 만들었다. 글을 쓰기로 생각하며 쿠팡 플레이를 통해 시청하며 예전의 감동을 다시 한번 향유할 수 있어 좋았다.
오페라에 대해 쓰는 매거진이긴 하지만, 이번 "편지의 이중창"은 오페라보다는 쇼생크탈출이라는 영화에 초점을 맞춰본다. 잘 알려진 영화리 줄거리는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몇 장면을 피가로의 결혼과 맞대면시켜 보면서 나름대로 전개하려니 오페라에 대한 해석이 부족해, 피가로의 결혼을 기대하신 독자분들께는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싶은 송구스러운 마음도 가지게 된다.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은 본인이 짓지도 않은 죄로 결국엔 무기수로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된다. 교도소 입소 첫날 앤디와 죄수들을 세워놓고 노튼소장은 첫 훈시를 한다. "본인의 감옥에서 주님을 욕되게 할 수는 없으니, 욕은 하면 안 된다"라고 하며, 나머지는 다음으로 미루겠다 한다. 교도소장의 위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앞으로 펼쳐질 전혀 다른 세상의 문을 열어가는 장면이다. 피가로의 결혼이 공연되던 그 시대도 귀족과 노예, 계급사회를 주축으로 개인의 자유는 없고 인간이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한 사회였으니 교도소 생활보다 크게 낫다고 할 수도 없음이 오버랩되는 장면이다.
이러저러한 고난의 연속 끝에 우리의 앤디는 소장의 개인 돈세탁 담당에 교도소 도서관 개선작업까지 하게 된다. 수년동안 보낸 호소 편지로 교도소 도서관으로 기증된 많은 책 박스들을 정리하다, 앤디는 낡은 레코드판을 발견한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다. 비장의 미소를 띠며 앤디는 사무실문을 잠그고 레코드판에 바늘을 얹는다. 피가로의 결혼 3막에 나오는 백작부인 로지나와 수잔나의 이중창 "저녁 산들바람이 부드럽게"(편지를 쓰면서 부르기에 편지의 이중창이라고 한다)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고 앤디는 처음으로 감옥 아닌 현실에서, 위안 얻은 자신을 느끼며 동료들에게도 그 마음을 나누게 된다. 교도소의 협박과 권위를 상징하는 키 큰 스피커에서는 지지직거리더니 생전 들어보지 못했던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노튼소장의 불같은 호령에도 두 팔을 머리에 깍지 끼고 앤디는 그리웠던 자유를 만끽한다.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볼륨을 높인다. 마침내 유리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간수장, 두려워하지 않는 앤디에게 모차르트의 웃는 얼굴이 오버랩된다. 수많은 동료들이 어쩌면 그의 모차르트였는지도 모를...
영화를 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 깊었던 장면은 교도소마당에서 작업 중이던 죄수들이 울려 퍼지는 낯선 음악소리에 놀란 눈빛과 마음으로 쳐다보는 이 장면일 것 같다. 클래식이라고는 평생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 것 같은 거친 삶을 산 죄수들, 사회에서 버림받은 영혼들, 험악한 죄를 짓긴 했지만 박탈당한 자유와 유린당한 인권으로 힘들게 연명하던 하루하루였다. 귀를 넘어 영혼을 관통하는 짧은 순간이지만 순수를 몰입케 한 소리의 향연, 하늘 저 편 끝까지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목소리, 무슨 노래며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그 소리는 이전에 울려 퍼지던 사이렌소리와는 전혀 다른 누구도 구속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리임은 느꼈을 것이다.
레드의 독백을 들어보자.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고 알아들을 수도 없었지만, 난 그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가슴이 아프도록 아름다운 얘기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 목소리는 이 회색공간의 어느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올랐다.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에 갇힌 새장 안에 날아 들어와 그 벽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한 순간 쇼생크의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모차르트라도 결코 서운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쇼생크탈출의 주제는 억압된 현실에서도 굴하지 않는 자유와 정의에 대한 이야기로 모두가 지극히 공감하지만, 어느 한편 아직 고통당하는 현실도 있음을 보여준다. 자유는 구속할 수 없다. 마음만은 내 것이기 때문이다.
2주 간의 독방생활을 마치고 피폐한 얼굴로 식당에서 동료들을 만나는 앤디, "모차르트라는 친구가 있어서 독방생활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라고 한다. 한 친구는 축음기를 들고 갔냐? 고 묻는다. 앤디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이 안에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마음에도 있었고, 그래서 음악이 아름다운 것이고 그건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이라고 답한다.
동료 레드의 독백으로 앤디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누가 그렇게 느끼겠냐고 이렇게 막막한 곳일수록 소용이 있다고, 잊지 않게 해 주며, 마음속의 그 어떤 것은 아무도 뺐지 못하고 손을 댈 수도 없다고 한다. 결국 그것은 희망임을 말한다. 각자의 희망은 다르겠지만, 자신의 마음속에 머릿속에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는 꿈과 희망은 누구에게라도 종속되지 않고 온전한 자신만의 것인 것이다.
단,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하며,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앤디는 그걸 아는 사람이었다.
요즘 사람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 중의 하나인 피가로의 결혼은, 당시 사회를 비웃기라도 하듯 때론 엽기적인 삶을 산 모차르트만의 자유를 표현한 작품인지도 모른다.
피가로의 결혼은 보마르셰의 희곡을 바탕으로 "로렌초 다 폰테"가 오페라로 만들고 1786년 모차르트가 작곡했다. 4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786년 5월 1일 빈의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보마르셰의 희곡은 당시 귀족과 상류사회를 조롱한 것으로 인해 오래 공연되지 못했다. 다 폰테가 풍자적인 요소를 줄이고 당시 오페라에 사용되던 이탈리아어로 번역해 모차르트가 작곡한 곡이다. 보마르셰의 희극은 상류 계층에 대한 조롱 때문에 빈에서 곧바로 금지되었지만, 오페라로 탄생한 피가로의 결혼은 모차르트의 가장 성공적인 작품 중의 하나가 되었다. 오늘날 이 작품은 표준적인 오페라 레퍼토리의 초석으로 인정되고 있다.*
주 등장인물은 초야권을 주장하며 수잔나에게 치근대는 알미바바백작과 알미바바 백작부인 로지나, 백작의 하인으로 세빌리아의 이발사이이며 수잔나와 사랑하는 사이인 피가로, 백작부인의 하녀인 수잔나(극에서 사랑의 상징)다. 극의 배경은 스페인 세비야이며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알미바바 백작의 하인 피가로와 수잔나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지만, 하인의 신분이라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곤경에 처한다. 하지만 결국은 묘책으로 백작의 오해를 풀고 마침내는 결혼에 이르게 된다는 하루 동안 생긴 일로 꾸며진 희극이다.
3막에 나오는 일명 "편지의 이중창"이라고도 불리는 이 곡의 원제 'Sull' aria'("공기 위에'를 뜻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산들바람'으로 통한다.)는 첫 가사에서 따온 것이다. 수잔나(나중에 피가로의 부인이 된다)에게 치근대던 알마비바 백작을 골려주기 위해 백작부인 로지나와 수잔나가 편지를 쓰면서 하는 대화가 담겨 있다. 백작부인이 편지에 쓸 말을 부르면 수잔나가 받아 적는 식으로 전재되어 같은 가사가 두 번씩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가사가 꽤 우아하고 낭만적이다. "이 얼마나 달콤한 산들바람인가요/부드러운 산들바람이 오늘 밤 불어오네요/작은 숲에 있는 소나무 아래에서."**
결국 수잔나가 백작에게 오늘 밤 소나무 정원에서 은밀하게 만나자는 유혹의 편지다. 계략을 꾸며 유혹하는 단순한 노래에 불과하지만, 너무도 아름다운 선율은 온갖 미사여구로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달콤하고 자유로운 상상을 하게 만들며, 듣는 이의 마음문을 두드려 하늘로 띄운다. 갇힌 공간에서도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않고 살던 죄수들은 모처럼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영혼을 적셔주는 청량함을 느꼈을 것이다.
두려움은 너를 죄수로 가두고
희망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쇼생크 광고 팸플릿 전면에 써진 문구다.
앤디는 죄를 짓지 않았다. 죄가 없었기에 당당할 수 있었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면 무리일까? 죄가 있었어도 그는 희망을 버리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그 세계에선 죄 없다는 인간들이 더 많은 죄를 당연하게 짓고 있었으니까...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가 함께 부르는 이곡은 화음도 유독 아름답다. 죄수들과 죄수들을 관리하는 간수들이 사는 세상에서 함께 듣는 아니 결코 함께는 아니었지만 아름다운 화음처럼, 인간이란 존엄성은 여러 다양성으로 하나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어떤 해석과 수준으로 들어도 마음을 평안하게 해 주고 행복감을 주는 음악이기에 오페라를 사랑하게 된다.
앤디가 레드에게 하는 말, 아니 우리에게 전해 주는 말 결국엔 레드가 인정할 수밖에 없던 말을 옮기며 펜을 놓는다.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을 모두들 하나씩은 품고 살기를 바라며...
희망은 좋은 거죠. 가장 소중한 것이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난생처음 듣는 음악이지만 그것은 자유를 향한 마음을 불러오게 만든다
친구 모차르트 씨의 영혼이 투영된 행복한 앤디
억압하던 권력은 결국엔 자신의 영혼을 파멸시키고 만다
1. 쇼생크 탈출에서 보며 듣는 "편지의 이중창"
https://www.youtube.com/watch?v=zdpVz_Sqi7s&t=11s
2.♣모차르트(Mozart):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Sull’aria from Le nozze di Figaro)♣
* 두 곡이라 조금 깁니다.
1. Edith Mathis, Gundula Janowth
& Deutsche Oper Berlin
2. 최주은, 김하은(아이노래 앨범)
3. 참고한 글
* 위키디피아
** [출처] 모차르트:오페라<<피가로의 결혼>> 중 3막 <저녁 산들바람이 부드럽게>|작성자 lifetime_enj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