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의 오곡찰밥

100일 글쓰기 카페: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간

by 버드네


"정월 대보름의 오곡찰밥"


해마다 옆집에서 정월 대보름 날이면 오곡밥과 나물을 그릇가득 담아 쟁반에 받쳐서 주신다. 평상시에 반찬을 주실 때면 일회용 비닐이나 그릇에 담아 주시는데 정월 대보름 날 음식은 쟁반까지 받쳐서 주신다. 젊은 사람이라 분명 정월 대보름을 쇠지 않을 거라 생각하신 옆집 아주머니께서 각별한 마음을 가지고 챙겨주신 듯하다.


이번 정월 대보름도 어김없이 오곡찰밥과 네 가지 나물을 그릇마다 가득담아서 주셨다. 서로 왕래가 잦다보니 두 사람이 단촐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아실텐 데도 대여섯 사람이 먹을만큼 많은 음식을 주셨다. 작년에 정월 대보름 날 저녁 모임이 있어서 대보름 오곡찰밥을 먹지 못해서 마음이 안타까웠다는 말을 옆집 아주머니께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기억하셨는 지 이번에는 점심 무렵에 음식을 가져오셨다.


오곡찰밥에 더 기쁘고 흐믓한 까닭은 어린 시절 생일상에 대한 든든한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대가족에 농사일로 바쁜 어머니께서는 어린 자식들을 살뜰하게 챙기지 못하셨다. 그런데 자식들의 생일날 만큼은 찰밥에 미역국과 나물을 꼭 차려주셨다. 생일상 밑에 지푸라기를 깔고 이말저말 기원도 하셨다. 그런 까닭에 지금까지 무탈하게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일상은 그날 하루 받은 것이지만 찰밥 덕분인지 며칠 간 든든한 마음이 이어졌다.


어머니의 생일상을 떠올리게 하는 옆집 아주머니의 정월 대보름 오곡찰밥은 1년을 무탈하게 잘 지내라는 기원같아서 마음이 더 든든해진다. 빈그릇으로 돌려보낼 수 없어 고향집에서 어머니가 만든 유자청을 유리병에 담아 함께 돌려드렸다. 고향집에 가면 입버릇처럼 이웃과 나눠 먹으라고 이것저것 주시는데 올해는 유자청을 한 병만 가져온 것이 아쉬움이 남았다. 마음 가득 담았던 오곡찰밥과 나물에 비하면 너무 작은 답례였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바지를 벗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