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나의 봄
애순아 어차피 사람은 다 고아로 살어.
부모 다 죽어도 자식은 살아져.
살다보면 더 독한 날도 와.
살다가 살다가 한번씩 딱 죽고싶은 날이 오거든.
참 이상하게도 부모는 미안한 것만 사무치고
자식은 서운했던 것만 사무친다.
<폭싹 속았수다>
작가 임상춘, 연출 김원석, 주연 아이유,박보검 이라는 것부터 오픈전부터도 소문이 무성했던 작품. 가방과 옷에도 명품 브랜드가 있어 브랜드만 보고도 거액을 지불하고 믿고 사듯이 영화나 드라마,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면 굳이 보지 않아도 이미 명품이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선뜻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여성,엄마,딸을 주제로 한 작품들, 눈물 콧물 다 빼고 엄마보고싶어지고 내 딸들 생각나고 그러다가 감정 소모 다 되어버려 정작 내 현실에서는 기운없어서 아무것도 못하게돼버리는 심각한 F형 인간.
그러나 눈감고 귀닫아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문까지 지나칠 재간은 없어서 자꾸 기웃거리게 된다.
나는 엄마 딸로 살면서 그렇게 서운했던 것만 떠오르고, 울엄마는 나만 보면 미안하다 하고. 이건 이래서 미안하고 저건 저래서 미안하다며 캐캐묵은 옛날이야기들 한 보따리씩 짊어지고 잊을 만 하면 하나씩 꺼내어 미안하다고.
엄마가 해대는 미안하다는 그 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은데 나는 또 내 딸들 보며 미안한 것만 생각난다. 모유 많이 못 먹여 미안하고, 한꺼번에 둘을 낳아 둘 다 많이 못 안아줘 미안하고, 얘 때문에 화난거 쟤한테 화풀이한거, 나때문에 화난거 얘한테 화풀이한거. 나도 울엄마처럼 미안한 사연 보따리가 점점 커져만 간다.
마음이 아프면 곧 몸도 탈이난다. 한 주간 꼬박 속앓이를 했더니 병이 제대로 나서 아침부터 수액을 맞았다. 혈관이 부실해서 의사든 수간호사든, 간호조무사든, 내 혈관 한 번에 찾아 바늘 찌르기에 성공하는 사람 본 적이 없으니. 아기들 혈관도 한번에 잡아낸다는 소아과 원장님도 세군데나 찌르고는 연신 미안하다며 식은땀을 흘린다. 내 혈관이 부실한 탓이라고 민망해하는 의사선생님을 위로하고보니 내 왼팔이 온통 멍투성이에 터진 혈관들로 퉁퉁 부어올랐다. 이런것쯤 어떠랴. 시간지나면 멀쩡해질텐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지않는 문제들이 너무 많은걸.
살다가 살다가 똑 죽겠는 날이 오거든 가만 누워있지말고 죽어라 발버둥을 쳐.
죽어라 팔다리를 흔들면 검은 바다 다 지나고 반드시 하늘 보여.
반드시 숨통 트여.
봄은 왜 그렇게 변덕스러운지 따숩나보다 하면 춥고, 춥나보다하면 너무 뜨겁게 정신못차리게 몰아친다.
<폭싹 속았수다>
봄날씨가 참 변덕도스럽다. 그렇게 변덕스러운 날들을 살아내느라
폭싹 속았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