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없이 살아간다는 것

어떤 게으른 자의 시작

by olamp

'복세편살 -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신세계>에서 중구 형님이 외친 이 말은 나의 모토가 되었다. 그리고 결혼함으로 인해 이는 곧 내 현실이 되었다. 목표를 이뤄낸 것에 성취감은 없다. 사실 이 목표는 남편이 이뤄준 것이나 마찬가지므로 이뤄냈지만 성취감은 느낄 수 없던 것 같다. 그러나 나의 모토를 이뤄냈고, 이것에 대해 변화를 줄 생각 또한 없어졌다. 그렇게 목표 없이 살아가게 되었다. 물론 하루하루의 계획, 소소한 일정 등 소정의 근로 시간을 이행하는 출퇴근의 반복이지만, 근무 환경에서 목표가 없어지면서 오는 인생 태만을 느낀다.


남편보다 돈을 더 잘 버는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건강검진을 통해 내 신체 곳곳에 붙어있는 용종들이 남편의 마음에 불을 지피고 내 마음도 흔들어 놓았다. 나는 대체로 자유로운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직업군이었다. 결혼 초까지 다녔던 곳은 그중에서도 출퇴근 시간이 가장 명확한 곳이었는데, 그래도 남들에 비해서는 자유로웠다. 자유로운만큼 대가도 따랐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대표님의 전화를 받아야 하고, 많은 업무량을 소화해야 했다.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곳이어서, 팀원들이 소화해내지 못해도 팀장 격인 몇몇, 정말 소소한 몇몇의 인원이 그것을 해결해야 했다. 결혼 후 몇 가지 변화가 생겼는데, 퇴근 후 대표님 전화를 못 받는 경우가 많아졌고 나의 업무시간은 이전보다 명확해지면서 사실 짧아졌다.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으며, 웬만하면 정해진 근무시간을 지켰다. 예전에는 조금 늦게 출근하면 웬만큼 일을 처리하고 마칠 때까지 퇴근하지 않았다면, 결혼 후에는 조금 늦게 출근할 경우 근로시간 8시간만 딴짓 없이 일에 집중하고 처리기간이 남았으면 내일로 넘기는 날이 많았다. 대표님은 결혼하면서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은 인원으로 꾸려진 회사이기에 대표님에 눈 밖에 난 사람은 곱게 나간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약간의 눈총도 받아내기 힘들었다. 사실 휴직 동료로 인한 업무 변화와 늘어난 업무량을 별말 없이 묵묵히 소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눈총조차 서럽고 어이없었다.


결국 난 대표님에게는 스트레스 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 퇴사하게 되었다. 퇴사하자마자 4-5개 정도의 용종을 떼어내고 2개의 용종은 품고, 지금은 최저 시급을 받고 적게 일하면서 지내고 있다. 나의 급여 수준은 남편과 나의 용돈을 충당할 수 있는 정도. 그나마 아직까지도 '복세편살'로 살아갈 수 있는 건, 남편의 연봉이 내가 일을 그만두고 매년 급격히 뛰었고 우리에게 책임질 다른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일을 그만두고 쉬는 시기에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일'이라는 것이 내 인생에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3년이 흐른 지금은 일의 목표가 줄어드니 다른 목표를 세워야 함을 깨달았다. 일이 전부가 아니지만, 일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세워지는 목표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없어지고 목표 없이 사는 하루하루가 많아지면서 약간 무기력해졌다.


결론은 내 성취감을 찾아서 내가 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야겠다. 나는 내 스스로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나의 내적 성장을 위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열심히 성취감을 찾기로 결심했다. 사실 브런치는 이런 나의 첫 번째 목표.



이것저것 그냥 끄적끄적거려보는 나의 이야기.

이제 11월부터는 하루에 글 하나를 완성해 보자. 글 완성이 하루에 하나가 어렵다면. 최소한 일주일에 2개 정도. 이 정도는 완성해볼 수 있지 않을까. 짧게라도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