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멕시코에 온 이유

이 시국에? 일은 안 하고?

by 올라스


나는 지금 멕시코시티에 있다. 지금은 Selina 호스텔의 co-working space에 있다. 시간은 오후 두 시. 꽤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다. 격렬한 타이핑 소리도 들리고 헤드폰을 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폰부스에서 화상회의를 하는 듯한 사람도 있고 공부를 하는 것 같은 사람도 있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이 호스텔에 묵은 지 4일째 되는 날인데 이렇게 사람 많은 건 처음이다.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니. 아, 그동안 시차 적응을 하느라 밤에만 주로 왔었지. 한국 시간은 지금 새벽 5시다. 오늘은 졸음이 쏟아지지 않는 걸 보니 이제 시차 적응이 좀 됐나 보다. 이제야 주변 풍경이, 주변 사람들이 보인다. 일 시작하기 전에 짬 내서 끄적여보려 브런치에 들어왔다. 멕시코에 온 이유. 나는 왜 일하러 시차가 15시간이나 되는 멕시코까지 왔을까?


2년 전, 내 꿈을 찾아 나선다며 퇴사하고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았다. 그리고 얼마 뒤에 팬데믹이 찾아왔다. 물론 비행기도 못 탔다. 그렇게 2년. 스페인어 공부? 안 했다. 영어 말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은 욕심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지만 그 욕망보다 편히 살고자 하는 관성이 더 강했기 때문에... 그동안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인정한다. 의지만으로 뭔가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간은 의지가 약한 존재다. 그래서 그 의지를 도와줄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내가 할 일이다. 돈 내고 습관 형성 모임에 참여하는 것처럼.


어렸을 때 보드게임 카페 알바를 했다. 우연히 카페에 외국인이 왔는데 같이 일하는 알바생이 영어로 대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와, 영어를 할 줄 알면 모르는 사람과 쉽게 친구가 될 수 있구나. 자신감 있게 보이는구나. 그때 나는 22살이었다. 그리고 난 그 사람을 짝사랑했다. 다음 해 첫 유럽여행을 떠났고, 다녀온 후로 더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고 싶어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당시 나는 23살이었고, 거금의 돈을 들여 학원에 등록했다. 그곳에선 자연스럽게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줬기 때문에 주야장천 자리에 앉아서 모르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계속 영어로 이야기했다. 물론 버퍼링도 걸리고 썼던 말만 반복해서 쓰는 형태였지만. 그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확실히 언어를 써야만 하는 환경이 놓였을 때 공부가 된다.


일은 어쩌고? 이 시국에?

일은 할 거야, 지금 가고 싶어!


그래서 멕시코에 가서 친구들도 사귀고 스페인어를 쓰면서 멕시코 살이를 해보려고 한다. 타코도 물론 많이 먹을 거고. 내가 좋아하는 서핑도, 다이빙도 실컷 할 거다. 아, 물론 일도 해야지.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꿔왔으니 도전해보려 한다. 워크와 라이프의 그 중간 어디쯤. 밸런스를 잘 맞추며 살아볼 거다.


¡Hola, Mexi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