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잘 치렀는지 궁금
사원 시절에 결혼했다. 요즘은 대행업체를 통해 편리하게 결혼을 준비하지만, 예전에는 예비신랑신부가 직접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를 포함해서 모든 준비를 직접 맡아했다. 나도 아내와 주말마다 만나서 차근차근 준비를 했었다. 신설동 신궁전예식장, 지금은 사라져 버린 곳에서 예식을 마치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결혼하고 며칠 후 과장이 불러서 얘기를 전했다.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P 부장이 "결혼식은 잘 치렀는지 궁금해하더라"라고 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P 부장은 과장을 통해 축의금을 냈다. 바로 전화를 드려 "결혼을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드렸다. 그때는 P 부장이 얼마 안 되는 축의금 가지고 생색낸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던 직원이 결혼한다고 간혹 연락이 온다. 직접 만나기도 하고 모바일로 청첩장만 받기도 한다. 가급적 결혼식에 참석을 하려고 한다. 식이 끝나거나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감사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최근에 직원 하나가 결혼했다. 일도 잘하고 나를 깍듯하게 대해서 정이 많이 가는 사람이다. 일정이 있어서 결혼식에 참석 못 하고 축의금만 냈다. 그런데 열흘이 넘었는데 아무 연락이 없다.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 마음이 상하기도 하다. 아마 P 부장의 마음이 이랬으리라 생각 든다. 꼰대가 되어 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