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밤
그녀가 퇴근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7시였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먹은 후의 시간은 8시. 밖은 이미 어둑해졌다. 밤이다. 다섯 평이 조금 안 되는 그녀의 방에, 살아 숨 쉬는 생명체라고는 그녀 혼자였다. 침대에 누워 멍한 눈으로 핸드폰과 책 사이를 오가는 그녀의 눈은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어느새 스르륵 감겼고 형광등은 여전히 밝은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녀의 방에는 어둠 대신 빛이 있었고, 그녀는 그렇게 오늘도 밤을 지운채, 아니 어둠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 그녀가 이렇게 밤늦게 까지 방을 환하게 밝히고 때때로 불을 켠 채 잠이 드는 것이 특별한 의도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밤에 어둡게 있는 것보다 불을 밝게 켜고 있는 것을 선호했다. 물론 이것도 어떤 특별한 의도나 목적의 문제라기보다 단순히 취향의 문제였을 테지만, 그녀가 영화관에서 고르는 영화는 보통 어딘가 심각하거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보다는 가볍고 밝은 혹은 따뜻한 분위기의 영화였다. 누군가 이상형을 물어올 때 어두운 퇴폐미가 느껴지는 남자보다는 웃음 많고 밝은, 선한 사람이 좋다고 그녀가 대답했던 일 역시 어떠한 의도나 의식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또한 그녀가 사람들 많은 왁자지껄한 분위기의 모임을 좋아하고, 보통은 그 모임에서 가장 웃음이 많은 사람이 바로 그녀라는 사실 역시 어디까지나 우연의 일치였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그녀의 밤을 열심히 열심히 빛으로 지워나갔다. 그녀에게 빛은 안전하고 즐거운 것, 어둠은 위험하고 불쾌한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