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웠던 밤
그가 처음으로 혼자 밤에 잠을 자게 된 것은 열 살 무렵이었다. 처음 혼자 밤에 잠들었던 그 밤을 그는 어렴풋이 기억한다. 그 밤에는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에 혼자 자려니 너무나 무서웠다. 물론 그 밤이 오기 전부터 혼자 자려는 시도는 있었다. 불을 끄고 혼자 누웠다가도 밤이 깊어질수록 무서운 마음이 커졌던 그는 옆방에 누워있는 엄마 아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이불을 머리 끝가지 덮고 그제야 안심하며 곤히 잠들곤 했었다. 그러다 어느새 그는 더 이상 엄마아빠와 같은 이불을 덮지 않아도, 혼자서도 잘 잘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가 처음으로 밤의 어둠을 즐겼던 것 역시 아마도 그 나이즈음이었던 것 같다.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 바람 쐬려면 은행에나 가야 했던 그 시절에 그의 가족은 어두운 밤이 되면 집 앞 공원으로 함께 나가 수박을 썰어 먹으며 더위를 달랬다. 여름밤의 집 앞 공원에서 공놀이를 하고, 산책을 하면서 조금씩 밤과 친해졌고 어둠에 익숙해졌다.
청소년이 됐을 무렵의 그는 밤을 즐기게 됐다. 그때가 그의 사춘기였는지도 모르는데, 어느 시기 이후부터 그는 친구들과 밝은 낮에 만나 노는 것보다 어둠이 깔린 동네 번화가를 누비는 것을 즐겼다. 컴퓨터 게임을 해도 대낮에 하는 것보다, 늦은 밤 모든 불을 끄고 방을 어둡게 한 채 하는 게 훨씬 재밌게 느껴졌다. 한동안 그는 뭘 하든 낮에 하는 것보다 밤에 하는 게 더 재밌다고, 어두운 밤을 찬양하기도 했었다.
위에 밝히진 않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사실 어두웠다. 정말로 어두웠다. 그가 11살쯤 됐을 때부터 그의 부모는 많이 싸웠다.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대낮인데도 어두운 그의 집에는 먹다만 음식들이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유리그릇 몇 개는 산산조각 나있었으며 부엌 싱크대 앞에서 그의 어머니는 소리 없이 눈물도 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이런 모습 보여줘서 미안하다고 한 어머니의 한 마디를 그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밤과 어둠이 익숙했던 그가 어딘가 무겁고 진지한 어른으로 자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우울과 슬픔이 찾아올 때면 그는 며칠 동안 마음속 어둠에 머물렀다. 내가 아는 그는 결코 기분 전환 따위를 시도할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그 밤을 유영하며 스스로를 괴롭혔거나 우울과 슬픔에 익숙해졌다. 그런 그가 타인의 밤에, 누군가의 어둠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아마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런 그도 한 때는 역시 밤을 지우려 애썼던 적이 있다. 그것은 철저히 무의식의 영역이었기에 그는 자신이,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 어린 시절의 어두운 기억을 아주 깨끗하게 지워내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가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때의 친구들은 꽤 기억하지만 3학년, 4학년 때의 친구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뇌의 어느 부분이 그 시절의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통째로 지우다가 실수로 친구들 얼굴과 담임 선생님 얼굴까지 지워버린 탓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