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밤과 낮
그와 그녀가 함께 러닝을 한 것은 두 번이었다. 처음으로 같이 뛴 곳은 그의 동네 산책로였다. 그녀가 너무 힘들지 않도록 그는 그녀의 속도에 맞게 나란히 뛰었다. 물론 그가 더 빨리 뛰려면 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그 달리기의 목적은 '운동'이 아닌 '교감'이었으므로, 굳이 그녀를 등 뒤에 홀로 두고 앞서 나갈 필요는 없었다.
그녀와 그가 두번째로 달리기를 한 곳은 남산공원이었다. 마라톤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그녀가 무슨 생각으로 함께 달리는 데이트를 제안했거나 수락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어쩌면 그녀 스스로도 알지 못할지도). 아무튼 그와 그녀가 함께 하는 두 번째 러닝 며칠 전 그는 다리를 다친 상태였고, 남산 공원으로 가는 버스에서 내릴 때 한 번 더 다리를 다쳤으므로 그에게 달리기는 어쩌면 애초에 무리였는지 모른다.
아무튼 그와 그녀가 달리기를 함께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리가 아파온 그는 그녀의 뒤로 뒤쳐졌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 달리지 못하는 것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열심히 땅을 차고 앞으로 나갈 뿐이었다. 그녀에게는 그 달리기의 목적은 '훈련'이거나 '경쟁' 혹은 '도전'이었을까. 확실한 건 '교감'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반환점을 찍고 그를 스쳐 지나가며 '다리 아프면 뛰지 않아도 된다'는 따뜻한 말을 남긴 채 목적지를 향해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산뜻하게 코스를 완주했다.
그녀가 들려준 지난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그는 기억한다. 그가 그 이야기들을 기억하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꽤 의미 있는 단서 혹은 신호로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이전 연애에서 남자친구가 자기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힘든 마음을 과하게 털어놓고 그녀에게 기대려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어떤 날에 그는 몸이 안 좋아 집에 혼자 있었는데, 그 사실을 안 그녀는 일정이 끝나고 그의 집으로 약이라도 사서 갈까 하고 다정하게 물었다. 그는 당연히 마음만으로 고맙다고 따뜻하게 사양했는데, 그녀의 일정이 예정된 시간보다 20여분 늦게 끝난 것은, 원래 해야 하는 일 외에 추가로 어떤 일을 한 것은 역시나 그녀의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의 생일에 그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1박 2일 여행에 가기로 결정했고, 그녀가 그 여행의 밤에 중요한 역할(게임 진행)을 맡은 것 역시 그녀에게는 그와 거리를 두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마치 그녀가 남산을 달리는 동안 느리게 달리는 그의 앞으로 멀리멀리 달려간 것이 그와 멀어지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