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마을"
나에게 돈이 있으면 마을을 차릴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
마을을 차리고 싶으니 돈이 필요하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다.
전자는 결핍의 현실을 만들고, 후자는 소망의 현실을 만든다.
곧, 전자는 돈이 없는 동안에는 그 마을에서 영영 살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내고, 후자는 돈이 없어도 이미 마음이 그 마을에서 노니는 현실을 만들어낸다.
나는 어떤 현실에서 살고 싶은가?
유일하게 중요한 물음은 그것이다.
나는 많은 고양이들이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어떤 현실에서 살고 싶다. 영역동물인 고양이를 위한 하나의 신성한 영역. 너무 광대하지도 너무 협소하지도 않게 펼쳐져 있는 아늑한 공간. 자연과 인공물이 어우러져 평온한 삶을 위한 조화를 이루는 곳.
나는 그런 마을을 갖고 싶다.
집집마다 중세판타지의 건물들처럼 꾸밀 것이다. 어느 곳은 빵집. 어느 곳은 연금술사의 공방. 모험가들을 위한 여관과 주점도 있다.
근간은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마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결 심층적이다. 여기에는 심리학적 관광의 의미가 포함된다. 인간의 심리적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과 행사가 열리고, 심리상품들이 준비되어 있는 곳. 나아가서는 그저 마을을 산책하기만 해도 어떤 자유의 공기가 스며들어와 자연스럽게 인간의 마음이 치유되는 장소.
판타지의 외연을 가진 하나의 치유마을을 만들고 싶다.
고양이들이 아주 많이 활보하면서 자유롭게 그 삶을 누리고, 그러한 고양이들을 닮아 사람들도 자유로운 마을을.
고양이는 마음의 요정이다.
아주 섬세해서 늘 변화하는 마음의 움직임을 쉬이 읽을 줄 알고, 그런만큼 그 자신도 변덕스럽게 드러나기도 하면서, 다시 또 고요한 마음의 중심으로 돌아올 줄도 아는 생명체들. 영리하면서도 순박하고, 기민하면서도 느긋하다. 그런 와중에 어딘가 보이지 않는 마음의 진실을 뚫어보고 있는 듯한 그 눈빛은 무척이나 신비한 것. 고양이는 그 자체로 요정 같은 신비한 마법생명체들이다. 전통적으로 요정의 특성으로 묘사되던 것들은 다 고양이를 보고 이루어진 상상이 아니었을까.
이 마음의 요정들로 마을이 가득하다면, 그것은 이제 마음의 마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으리라.
나는 그런 마을을 갖고 싶은 것이다.
정말 선한 것들과, 정말 정직한 것들과, 정말 따듯한 것들, 그래서 정말로 사랑스러운 것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그런 것들이 이제는 마음 편히 살아도 되는 마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