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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하는 시선 #80

"광대의 시대"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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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광대는 모든 것을

갖기로 했다


부와 권력과

명예와 인기와

매력과 도덕을


모든 것을 다

갖게 된 광대는

광대로서 가졌던

모든 것을 다

잃게 되었다


놀 수 있는 자리를


더는 자기가

놀지 못하게 되니

광대는 이제

놀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광대는

정색하고 화내며

진정한 자기의 길을

보여주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어느 날 문득

광대는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이

자신이 놀리던

왕의 얼굴과

같은 얼굴임을


자신은 그저

놀던 광대에서

놀지도 못하는

광대가 된 것임을


또 다른 광대에게

왕위가 찬탈될

그 어느 날이 오듯


광대의 시대는

저무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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