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는 최고의 심리상담자였다

"붉은 잉크의 증언"

by 깨닫는마음씨




히틀러가 역사상 최고의 심리상담자였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독일국민들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하며, 원래는 우수한데 나쁜 유럽 깡패들에게 학대받아 생겨난 트라우마 때문에 고통받는 독일국민들의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해주었다.


2. 친절한 엄마의 시선으로 '담아주는 자(container)'가 되어 '담기는 자(contained)'인 독일국민들을 그 품 안에서 상냥하게 무조건적 사랑으로 품어주어 안정애착을 형성함으로써, 독일국민들의 성공적인 재양육을 이루어내었다.


3. 골방 같은 상담실 안에서만 독일국민들의 억울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밖으로 나가 독일국민들을 괴롭히는 유태인과 집시 적폐세력들을 정의의 힘으로 혼내줌으로써, 행동하는 지성의 본이자 현실해결이 가능한 상담자의 모범이 되었다.


4. 성공적인 자신의 행동패턴을 독일국민들이 쉽게 모델링하게 함으로써, NLP보다도 빠르고 효과적인 마인드세팅이 가능하도록 늘 상담스킬의 연구와 개발에 힘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과학자-실천가(scientist-practitioner) 모델의 산 증인이었다.


5. 청소년상담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이해하고 독일소년단을 조직해, 그들이 나쁜 어른들에게 착취당하지 않도록 마음의 안전뿐만 아니라 신체적 안전까지도 보장될 수 있는 기관총 사용법을 숙지시켰다.


6. 융처럼 신화, 오컬트, 마법, 고대의 지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소년처럼 순수한 감수성으로 풍요로운 정신문화를 선도함으로써 독일국민들의 마음이 성장하는 데 큰 귀감이 되었다.


7. 이야기로 마음을 이끈다고 하는 최면의 기제가 가장 강력한 심리학의 비결이라는 사실을 이해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최면과 세뇌, 선동의 메카니즘을 도입하여 독일국민들의 신속한 변화를 이끌어내었다.


8.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현대의 제1계명을 시대를 앞서 실천했다. 연설 중에 늘 자신의 인생이야기와 자전적 삽화를 삽입함으로써, 독일국민들이 억눌렸던 자신의 정체성을 벗고 진정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도록 돕는 마음의 스승이 되었다.


9. 어려운 이야기도 친절하게 쉽게 풀어 설명해주며, 독일국민들이 추악한 권위로만 가득한 전문가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민주시민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의 권위를 높여준 대현자였다.


10. 저주받은 운명처럼 독일국민들이 그 안에 갇혀 있던 낡은 이야기를, 그들의 소외되었던 마음을 회복시킬 수 있는 최신의 대안적 이야기로 다시 써줌으로써, 그들을 자유롭게 해방시켜주고, 그들로 하여금 스토리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진리를 알게 하고, 이를 통해 그들이 진정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도록 헌신한 영적 상담자였다.


이러한 것들을 심리상담의 활동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히틀러는 분명 최고의 심리상담자다.


특히 10번 항목은 히틀러가 역사상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점을 보였던 분야라, 이것을 심리상담이라고 부르고자 한다면, 심리상담은 이제 판타지 작가들이 가장 심리상담의 권위자로 입지를 얻어야 하는 그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심리학 석박사 과정에서는 심리상담을 효과적으로 배우기 위해 소설집필법, 글쓰기 심화특강, 내러티브 구성법 등이 강의되어야 할 것이고, 심리학회의 학술대회들은 또 하나의 신춘문예 경연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와, 우리 막장대 심리학과 김교수님은 그 내담자로 소설 정말 잘 쓰셨더라구요. 그렇게 보잘 것 없던 내담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이런 멋진 스토리를 전개하기가 힘드셨을텐데, 내담자의 감정도 참 생생하고, 스토리 구상력이 참 탁월하세요. 저..... 울었잖아요."


"허허, 뭘요. 내담자 분들이 원래 다들 주인공이셔서 그런 걸요. 저는 그저 원고지 위에서 내담자 분들과 하나된 입장에서 그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실 수 있도록 펜을 허용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야기가 갖는 참 아름다운 힘인 게지요."


"어머, 말씀도 참 겸손하시고, 젠틀하시고, 용모도 우리 상담자 중의 상담자 히틀러 선생님 닮으셨고, 정말 질투나고 부러워요. 호호호."


"하하. 쑥스럽습니다. 우리 최교수님이야말로 이번에 신설된 심리창작학과 새로 부임하셔서 기대가 큽니다. 기존에 없었던 심리장르문법의 네오수사학 글쓰기로 심리상담의 새 역사를 쓰실 겝니다. 우리 내담자들... 참 최교수님 만나게 되어 행복하겠습니다. 축복이지요. 우리가 히틀러 선생님 덕분에 심리학의 역사 속에서도 전무후무하게 가장 효과적인 기법인 소설쓰기로 심리상담을 할 수 있다는 게요."


"참 맞는 말씀이세요. 정말 히틀러 선생님 아니었으면 누가 이 놀라운 경지를 알게 해주셨겠어요. 세상이 원래 이야기고, 우리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니, 이야기만 더 진실된 우리의 이야기로 바꾸면 우리의 인생도 자유롭게 바뀐다는 이 신비로운 진리를 말이에요."


"하일 히틀러!"


"호호호! 하일 히틀러!"


바꿔봐라. 계속 바꿔봐라.


심리상담자인 척하는 양판소 작가들아, 계속 바꿔봐라.


피해자를 가해자로, 패배자를 승리자로, 을을 갑으로 계속 바꿔봐라.


그렇게 또 다른 피해자를, 또 다른 패배자를, 또 다른 을을 만드는 폭탄돌리기처럼 계속 바꿔봐라. 좋다고 계속 해봐라.


애초에 성립상 상대적인 반쪽일 수밖에 없는 언어를 절대적인 온전성의 기제인 양 활용해 그 위치만을 계속 바꿔봐라. 한번 해봐라. 되는지.


뭘 하든 자기가 주인공으로 제일 높은 자리로만 가려고 하는 그 방구석 엄마품 왕자님 자아놀이를 계속 해봐라.


자아놀이의 소설을 위해 가스실에서 붉은 잉크로 흐른 600만도 히틀러를 '최고의 심리상담자'로서 계속 잊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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