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깨달음 #94

"본캐와 부캐"

by 깨닫는마음씨


젊은 영혼은

이 얼마나

현명한가


이러한 감탄은

이 얼마나

꼰대 같은가


그러나 말해야 한다


본캐와 부캐로

따로 산다는 것


이것은

필요와 경우에 따라

페르조나를

유연하게 바꿔 가며

산다는 것이 아니다


자기 안의

다양한 자아들을

개성적으로 살려서

유려하게 꿈꾸며

산다는 것이 아니다


그 본질은

이 모든 놀이가 다

게임과 같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통찰에 있다


젊은 영혼은

통합주의로

살지 않는다


개성적 아이들이

엄마가 지켜보는

놀이터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다는

통합주의의 환상


이것은

꼰대가 살고 있는

세계다


꼰대도

게임을 한다


그가 하는 게임은

프린스 메이커 또는

프린세스 메이커다


자신을 분열시켜

하나는 캐릭터로

하나는 플레이어로

만든 뒤


엄마가 아이를

육성하듯

플레이어 꼰대는

캐릭터 꼰대를

육성한다


캐릭터를

왕자와 공주로

육성하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밥도 거르고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인 까닭에


무엇보다도

그가 알며

할 줄 아는 게임이

프린스 메이커 또는

프린세스 메이커

단 하나인 까닭에


꼰대는

캐릭터를

버리지 못한다


엄마가 아이를

버릴 수 없다고

절규하듯이

꼰대는 자기가

육성한 캐릭터를

버릴 수 없다고

절규한다


플레이어 꼰대가

캐릭터 꼰대를

버릴 수 없다고

자신을 끌어안고

하늘을 향해

눈물을 퍼부으며

절규한다


엄마가 왔어

너를 지킬 거야

하늘이여

어디 한번 해봐요

해보자구요

나에게서 이 아이

뺏아갈 수 있는지


자기 가슴을

토닥토닥 하며

자기 머리를

쓰담쓰담 하며


눈에서는 눈물을

코에서는 콧물을

입에서는 언어를

비장하게 토해내며


사슴 같은 아이의

표정으로 셀카를 찍고

그 사진을 엄마처럼

흐뭇하게 바라본다


밖에서

이 모든 게임의 과정을

목격한 이가 있다면


게임에 목숨걸고

오버하는 결과를

목격한 이가 있다면


그는 정신분열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생한 현장학습을

한 것이다


본캐와 부캐로

따로 산다는 것


다 환상이라고

알고 산다는 것


환상을 만드는

게임은 이 세상에

많고 많다는 것


그렇기에

본캐도 부캐도

아무 망설임없이

휴지조각처럼

버릴 수 있다는 것


버릴 수 없다고

망상하기에

정신분열이 된다


이 모든 놀이를

통째로 다

버릴 수 있는


젊은 영혼은

이 얼마나

현명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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