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캐와 부캐"
젊은 영혼은
이 얼마나
현명한가
이러한 감탄은
이 얼마나
꼰대 같은가
그러나 말해야 한다
본캐와 부캐로
따로 산다는 것
이것은
필요와 경우에 따라
페르조나를
유연하게 바꿔 가며
산다는 것이 아니다
자기 안의
다양한 자아들을
개성적으로 살려서
유려하게 꿈꾸며
산다는 것이 아니다
그 본질은
이 모든 놀이가 다
게임과 같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통찰에 있다
젊은 영혼은
통합주의로
살지 않는다
개성적 아이들이
엄마가 지켜보는
놀이터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다는
통합주의의 환상
이것은
꼰대가 살고 있는
세계다
꼰대도
게임을 한다
그가 하는 게임은
프린스 메이커 또는
프린세스 메이커다
자신을 분열시켜
하나는 캐릭터로
하나는 플레이어로
만든 뒤
엄마가 아이를
육성하듯
플레이어 꼰대는
캐릭터 꼰대를
육성한다
캐릭터를
왕자와 공주로
육성하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밥도 거르고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인 까닭에
무엇보다도
그가 알며
할 줄 아는 게임이
프린스 메이커 또는
프린세스 메이커
단 하나인 까닭에
꼰대는
캐릭터를
버리지 못한다
엄마가 아이를
버릴 수 없다고
절규하듯이
꼰대는 자기가
육성한 캐릭터를
버릴 수 없다고
절규한다
플레이어 꼰대가
캐릭터 꼰대를
버릴 수 없다고
자신을 끌어안고
하늘을 향해
눈물을 퍼부으며
절규한다
엄마가 왔어
너를 지킬 거야
하늘이여
어디 한번 해봐요
해보자구요
나에게서 이 아이
뺏아갈 수 있는지
자기 가슴을
토닥토닥 하며
자기 머리를
쓰담쓰담 하며
눈에서는 눈물을
코에서는 콧물을
입에서는 언어를
비장하게 토해내며
사슴 같은 아이의
표정으로 셀카를 찍고
그 사진을 엄마처럼
흐뭇하게 바라본다
밖에서
이 모든 게임의 과정을
목격한 이가 있다면
게임에 목숨걸고
오버하는 결과를
목격한 이가 있다면
그는 정신분열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생한 현장학습을
한 것이다
본캐와 부캐로
따로 산다는 것
다 환상이라고
알고 산다는 것
환상을 만드는
게임은 이 세상에
많고 많다는 것
그렇기에
본캐도 부캐도
아무 망설임없이
휴지조각처럼
버릴 수 있다는 것
버릴 수 없다고
망상하기에
정신분열이 된다
이 모든 놀이를
통째로 다
버릴 수 있는
젊은 영혼은
이 얼마나
현명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