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어도 깨달음 #95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by 깨닫는마음씨


눈먼 자들의 도시는

안개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러니

도시에서 나가려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안개 속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앞으로 밖으로 나아갈수록

안개에 더욱 휩싸입니다


아 왜 이렇게

앞이 보이지 않고 흐릿하지


그 순간

도시에서 나가려는 이들은

자신이 누군지를 알게 됩니다


눈뜬 자입니다


눈먼 자에게는

안개가 보이지 않습니다


눈을 뜨고 있는 이들만이

앞이 보이지 않고

흐릿하다는 것을 알아봅니다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눈뜬 자는 자신의 눈떠있음을

더욱 실감해갑니다


그러다가 눈뜬 자는

정말로 보는 법을 알게 됩니다


멀리 보려고 하면 속만 터집니다


안개 속에서 보는 법은


눈앞을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신의 눈이

얼마나 잘 떠져 있는지를

눈뜬 자는 잘 알게 됩니다


눈앞의 사실들이

더 명확해지고

앞을 나아가는 호흡이

더 생생해지며

어느덧 눈뜬 자는

맑은 하늘을

그 눈앞에서 보게 됩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이제 막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들어가고 싶어질 겁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다 함께

맑은 하늘 아래에서

서고 싶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안개의 저편에서 찾아온 당신은

안개처럼 모호하고

또 두렵게도 보이겠지만


당신이 사랑으로만

이 길을 되짚어

우리에게 오고 있다는 걸

나는 왠지

알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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