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살림 #5

"마음자취생이 되어"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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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음을 사는데, 이 마음살이를 잘하려면 마음살림이 필요하다.


정직한 말이고 당연한 말이다.


다만 한 번도 우리가 산다는 게 마음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을 뿐이다.


자취를 해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먹고 나면 설거지가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화장실의 수건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는 일에는 지혜가 있고, 지혜롭게 사는 그 일을 우리는 '살림'이라고 한다.


마음살림은 마음을 지혜롭게 사는 일에 대한 것이다.


지혜롭게 살려면 열심히 살아야 한다.


삶이 먼저다.


지혜는 삶을 앞에서 끌어가는 삶의 목표가 아니라, 열심히 산 이의 뒤편에서 알려지는 삶의 결과다.


지혜는 언제나 '상황문법'의 문제인 까닭이다.


지혜는 바로 삶의 그 순간, 삶의 그 상황에 적용됨으로써, 구체적인 삶이 막히지 않고 계속 그 다음으로 연결되어 흐르게 하는 것이다. 보편적 빅데이터 같은 것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차라리 사다리나 카누 같은 것이다. 쓰인 뒤에 바로 버려진다. 축적되면 이미 지혜가 아니다. 그렇게 생명을 잃은 지혜의 화석을 모아놓은 것을 지식이라고 한다.


지식을 모으는 이는 사막을 횡단하며 등 뒤에 커다란 카누를 짊어지고 있는 이다. 무겁고 번거롭다. 바보같아 보이는 일은 덤이다.


살림을 잘 하는 이는 무엇보다 버리는 일을 잘한다. 언젠가는 다 쓸 데가 있는 법이거늘 헛헛, 이라고 하는 이는 헛똑똑이다. 마음이 헛헛해서 그저 무엇이라도 자기의 공간에 더 많이 채워넣으며 자기를 달래고자 하는 이다.


지금 필요하지 않은 것은 버려도 되는 것이다. 그게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은 또 나타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그게 바로 마음으로 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마음은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흐른다. 이 움직임은 자연스럽다. 마음은 높은 곳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사다리를 보이게 하고, 강 건너편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카누를 보이게 한다. 이것은 정말로 실증적이다. 멋의 필요를 느끼는 이는 지나가는 행인들의 옷차림이 더욱 눈에 잘 들어온다. 당연한 일이다.


지혜롭게 마음살림을 배우려는 이는 대개 마음자취생이 된다.


이것은 잡다한 세간살이를 다 치우고, 우리의 공간에 마음만을 들여놓는다는 의미와 같다.


마음을 열심히 살아야, 마음살림의 지혜를 배운다.


열심히 사는 이들은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하면 좋다. 희소한 고급정보를 알았다고 지혜로운 척 떠벌리는 이들이 아니라, 열심히 산 당신이 바로 지혜롭다. 금방 지혜가 피어나 당신의 삶을 뒤편에서 지지해줄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든든한 일이다.


당신이 산 인생이 당신 자신을 떠받쳐주는 것과 같은 감동이다.


이 멋진 일을 맛보고자 하는 이는 매우 자연스럽게 마음자취생이 된다.


우리가 함께 시작할 수 있는 바로 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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