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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투 May 15. 2020

기생충(흑백)

냄새나는 영화


* 영화의 주요 내용이 나옵니다

* 사진은 '기생충' 중에서



'그닥 새로울 게 있을까?'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했던 극장을 오랜만에 가게 되었다.

이미 컬러로 두 번 보았던 기생충을 흑백으로 보러 가면서 든 생각이었다.



걱정은 기우였고...

컬러가 빠진 자리를 강렬한 냄새가 파고들었다.

그 냄새는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 내 몸으로부터 '풍길' 그것이었다.

아이맥스 스크린은 저 멀리 떨어져 영상을 비추고 있는데 냄새는 자꾸만 나로부터 시작된다.


다송이가 김기사와 케빈, 그리고 제시카에게서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할 때 얼마나 불안하던지...

'이건 후각을 이용한 써스펜스 스릴러야..' 


아이맥스로 보았지만 화면의 크기나 화질은 신경이 쓰이질 않았고,

4DX도 아니건만(4DX 가 아직 냄새까지 구현하지는 못한다) 영화는 후각으로 나를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한 친구가 기생충(컬러)을 보고 어릴 적 반지하에서 살던 때의 냄새가 되살아나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괜히 봤다고 후회했었다.

그때는 이해 못했는데 이번에 그 친구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도 보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걸.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친구가 흑백판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



냄새나는 영화, 기생충.

뛰어난 수묵화가 색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처럼,

시각과 청각으로 후각을 자극하는 미래의 영화다.

아니 미래의 영화가 아니라 그렇게 영역을, 선을 넘는 경우가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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