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하게 나쁘다니. 신선하군.

Bad Genius , 2017, 태국

by 오랜벗

내가 본 태국영화가 뭐가 있더라. 구글에서 검색해 보니, 옹박(2003, 토니자의 액션이 좋았지), 셔터(2004, 호러물이었지 아마?) 정도가 검색된다. 아, 좀 야한 영화로 잔다라(2001)도 유명했던 것 같은데. 동남아 국가들의 영화가 유치할 거라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 준 이 영화는 정말 아주 영리하다. 그냥 컨닝을 할 뿐인데 이게 뭐라고 오션스 일레븐처럼 더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해 줄 줄이야.


대략적인 내용을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주구장창 틀어줬던 터라 그닥 관심있게 보지는 않았다. 게다가 초반에 나오는 취조 받는 듯한 모습에서 이 영화의 답은 나와 있던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들이 왜 그랬는지가 중요할텐데 이 영화는 그들의 행위의 정당성 (특히나 린이라는 여자 아이..)에 집중을 한다. 그리고 입시, 교육, 돈이 서로 얽힌 모습이 우리와 비슷해서인지 그 아이의 고민을 이해해 버렸다.


그 시작은 정말로 한 친구를 위한 진정한 호의였지만 후반부로 가서는 자기의 목적을 위해 모든 행위를 정당화 하는 과정이 그럴 듯 하다. 그리고, 학창시절의 컨닝의 기억은 어쩌면 누구라도 가지고 있었을 기억이기에 그 과정에서의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은 나의 경험과 겹쳐지면서 생각보다 더 쫄깃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감독은 내게 물어보는 듯 하다. "봐. 너도 했잖아. 그 기분이 어떤지 생각나지?"


뱅크라는 아이는 린이 다시 제 정신을 찾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나의 변화 모습보다 그의 변화 모습이 아프게 다가왔던 건 연민이라기 보다 결국 뱅크에게서 자신의 선함을 찾고자 했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뱅크가 흑화되고 그런 모습에 실망한 린이 마음을 돌리는 그 장면은 꽤나 멋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옆을 묵묵히 지켜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도 감동적이었고.


영상도 세련되고 주인공들도 연기를 잘 한다. 궁금해서 검색해 본 배우들을 보니 대부분이 신인들인 듯. 태국영화라 업데이트가 안되었는지는 몰라도 2017년에 데뷔한 배우들이다. 오직 이 영화 한 편인 배우도 있고. 그 중에 인상 깊은 배우는 역시나 여주인공. 찾아보니 모델이더라. 추티몬 충차로엔수킹. 그 표정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매력에 반하겠더라. 이게 첫 영화라니 앞으로의 영화가 너무나 기대된다. (그래도 태국영화까지 찾아볼 것 같지는 않다만)


이 모델이 그 여고생
다양한 모습을 갖는다는 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는 조건인 듯
역시나 모델포스! 근데 왜 이리 작은 사진을 골랐을까?


이 영화의 진정한 악역은 극 중 린의 친구역할을 맡은 그레이스. 에이샤호수완. 생긴 것도 예쁘고 마음도 순수한데 얽힌데 섥히고 그러다 설상가상 캐릭터가 되어 그게 결국 린을 옭아매는 장치로 변질되는 묘한 캐릭터이다. 나쁜 마음으로 그랬다기 보다 연극을 하고 싶어서, 남자 친구에게 자랑을 하다가,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그게 또 다른 도화선이 되서 사건을 커지게 만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는 없겠더라. 다만 저런 친구는 조심하는 게 맞다.


누구 닮았는데? 예전 주말드라마에 젊은 새댁 역할이었던. 이름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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