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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Sep 22. 2021

불신의 시대

나 혼자 레벨업?

지나가는 현수막들을 보면 정치적인 수사들이 대단하다.


그 중에서 정치방역 아니고 과학방역 하겠다는 현수막은 정말 압권이었다. 지금까지의 방역이 정치방역이라고 이야기하는 건데,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정치이고 어디까지가 과학인지가 참 애매한 순간. 과학이라 함에는 정치와 사회 그리고 경제는 포함되지 않는건지. 참 애매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자꾸 나한테 생각하라고 한다. 생각하기 참 귀찮은데. 그러다 보니 이런 저런 구호에 따라 휩쓸리는 거겠지?


뭐, 여기서 정치에 따라 편가르기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온갖 마타도어 속에서 나를 지켜야 한다는 게 참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다. 멘토가 있었고, 그래도 믿을 만한 언론들이 있었던 그 때가 너무 그립다. 적어도 어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은 이익이나 유불리에 따라 변하던 건 아니었는데. 이제 그런 가치들이 상대적이 되어 버렸다. 돈을 쫒는 일은 당연한 명제가 되었고, 나의 이익만이 판단의 기준이 되었다. 


이게 다 일박이일 때문인가?

나만 아니면 돼!

그렇게 탓하고 싶지는 않고. 하하하.


며칠 전 삼프로TV를 듣는데 (팟캐스트) 브라질 채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 연 10%를 약속했는데 몇 년 지난다음에 보니 손해가 20퍼 가까이 났다는 이야기. 거기에 펀드매니저가 진지하게 상담해 준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높은 수익율을 이야기하는 건 의심해 봐야 한다고. 


결국 니 책임이라는 거다.


빠져나갈 구석을 만들어 놓고 빠져나가는 데 그걸 모르면 속아넘어가는 내가 바보가 된다. 그래서 배워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배워야 할게 너무 많다.


인테리어 할 때 속지 말아야 하고, 수산시장에서 눈금 속이는 지 잘 봐야 하고, 영화를 고를 때에도 이왕이면 좋은 영화를 봐야 하며, 맛집을 고르더라도 맛집 평을 잘 읽어가면서 가야 한다. 왜냐하면 어뷰징 하는 것도 있으니.


믿을 놈 하나도 없고, 호의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지 따져봐야 한다. 굳이 믿자면 가족 정도? 가족도 실은 돈 앞에서는 다 무용지물인데. 결국 이 세상에 믿을 건 나 밖에 없다. 부부도 점 하나찍으면 남이된다나?


끊임없이 나를 믿고 선택을 하라고 하지만, 그래서 했던 선택은 때론 실망감을 주었다. 몇 번의 실망은 절망이 되고 그렇다 보면 누군가를 믿게 되고 그러다가 사기를 당하면 다시 나만 보게 되고. 그것의 반복.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 


전문가라는 수 많은 사람들이 떠 도는데 인간관계 없는 랜선관계로 이뤄진 이 관계는 쉽게 맺어지지만 쉽게 끊어지기도 한다. 결국 사람은 랜선이 아니라 서로 만나면서 얽혀야 하는데 코로나때문에 이러한 관계맺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물론 편한 점도 있지만, 그만큼 믿음이 떨어진다고나 할까? 결국 나혼자 레벨업을 해야 하나?


차라리 인생이 게임처럼 레벨업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레벨업 되는 건 나이뿐이다. 게다가 종료되는 시점도 모르겠고, 리셋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 그런 만화, 그런 영화들이 판을 치나 보다. 가상현실? 전생? 환생? 


추석인데 딱히 갈 곳도 없으니 별별생각을 다하게 된다. 그래 넋두리다. 이런 저런 넋두리. 내일이면 직장에 일에 다시 치어 바쁘게 지내겠지. 차라리 조금은 바빠서 목적과 대상이 있는 분풀이가 훨씬 삶에 이로운게 많은 듯 싶다.


그래도 오늘까지는 그냥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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