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 러브앤 썬더 (2022)
* 스포일러.. 많네요.
라그라로크는 좋았다. 뭐 끝이 깔끔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야기가 계속 이어가는 거니깐. 헐크와 로키와의 콜라보가 특히나 좋았던 것 같다. 토르의 캐릭터가 개그화 되는 것도 여기부터 시작이었던가? 아무튼 그건 감독의 탓으로 해 두자. 이번 러브앤 썬더를 보고 확신했다. 감독의 정서에 B급 감성이 있는 거였다.
고르에 공감이 안되네
초반의 크리스천 베일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행동의 당위성을 만들어주는 이야기는 (비록 뻔하디 뻔하고 예상이 충분했지만) 나름 경쾌했다. 신의 모습이 참으로 경박하게 그려지더라. 그래서 아파하는 고르(크리스천 베일)에게 조금 끌렸다. 그런데, 그게 딱 거기까지였을 줄이야. 그 이후의 고르에게 감정이입이 되질 않는다. 왜 신들을 죽이고 다니는 건데? 그게 그렇게 절실한가? 뭐 그런 생각들. 그러니 마지막 선택에도 딱히 공감이 되질 않지. 아, 이건 내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다.
마이티 토르는 왜 나왔는가?
제인의 모습은 어떠한가? 암에 걸렸던 그녀가 희망을 갖는 것까지는 이해했다. 그래서 몰니느가 반응(?)을 했다는 것도 이해했다. 그런데 강해지는 것과 일반인으로 변신(?)하는 것의 차이가 너무 크니 이해하기 어려웠다. 뭐야, 몰니느는 왜 그녀를 이용(?)하는가? 시대의 정의를 위해? 아스가르드를 위해? 고르가 침략하기 전까지는 그닥 위험이 없었을텐데, 이미 아스가르드 사람은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다니. 뭐지?
마이티 토르가 되었던 레이디 토르가 되었건. 힘을 주기에도 힘을 빼기에도 애매한 포지션 덕분에 마이티 토르의 매력은 사라지고 말았다. 뭐, 나탈리 포트만의 화려한 퇴장이 예정되어 있었으니 어쩔 수 없겠네.
토르가 아쉽다
정작 메인 디쉬인 토르가 너무나 아쉬웠다. 천방지축 날뛰는 게 토르의 매력일지는 몰라도 이런 식은 아니지. 그를 통제할 누군가가 전혀 없으니 그냥 어쩌다 문제가 해결이 되고, 맥락없이 흘러가는 영화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신이기 때문에 그렇다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한 신들이 나오니.. 결국 중반부는 난장판 신들의 파티를 보고 말았다. 굳이 제우스를 그렇게 그려야 했을까? 신을 조롱하고자 함은 아닐텐데 제우스와 주변 신들의 개념없음은 그 정도가 심해도 한참이나 심한 듯 하다. 그렇다면 속칭 이야기하는 이터니티? 셀레스티얼 들도 그냥 이기적인 것들인가? 세상은 모두 이기적인건가?
토르의 천방지축을 제어할 캐릭터가 너무 없다는 게 함정. 이전 편에는 로키가 있어 그 대비되는 토르가 좀 제정신으로 보였는데, 이번 회차에서는 가장 정신없는 짜증나는 힘만 센 바보 신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사랑은 지고지순하니 그것도 짜증나네. 발키리가 그걸 제어해 주기에는 많이 약한 캐릭터가 되어 버렸고. 다음 편이 나오면 좀 나아지려나? 글쎄 아이언맨이 살아와도 짜증날 것만 같다만.
스파이키드가 떠올랐다
후반부는 그냥 스파이키드다. 관객들을 노리고 들어왔다고 밖에는 할 수 없는.. 그 후반부의 몇몇 장면들. 어쩌라고. 그걸 호쾌한 액션이라고 봐달라고? 야 너두 할 수 있어 뭐 그런건가? 밑도 끝도 없이? 정말로 짜증나는 장면. 개인적으로 스파이 키드라는 영화는 잘 만든 B급 무비라 생각을 하지만 토르에서 그런 걸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건 절대로 스파이 키드를 폄훼하는 게 아니다! 거기도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나왔다고!
뒷북
초반 가오갤의 모습은 반가웠으나 피터 퀼의 늙은 모습을 보고 훌쩍. 아. 세월이여. 공룡들이랑 놀다보니 맘고생이 심하셨나? 재기발랄한 피터는 도대체 어딜 간건가? 이제 기댈 것은 스파이더맨의 피터 밖에는 없는 듯. 아, 그래도 그루트가 있었네. 제법 청년 그루트 티를 내는 게 귀여웠다. 가오갤3 곧 나오겠지? 기대해 보겠다. 그 땐 피터 좀 몸 좀 만들고 멀쩡한 기운으로 만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