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싶다
나이키 v2k
아들이 운동화 구경한다고 들어간 나이키 매장에서 내 눈에 들어온 운동화
나이키 v2k
그게 맘에 들게 될 줄은 몰랐다.
젊은 애들이 바글바글한 매장이니까 애나 구경시키고 지가 맘에 드는 게 있다고 하면
깜찍하게도 애들 아빠 카드로 싹 긁어 버리려고 일찌감치 카드를 꺼내 손에 쥐고 어슬렁거리던 참이었다.
런닝이 유행이라 그런가 극성맞던 더위가 가시면서 산책이라도 다시 다녀볼까.. 맘먹은 중년들이 많아서 그런가. 평일인데도 스포츠 용품 매장은 젊은이 늙은이 골고루 바글바글했다.
백화점 1층 2층 매장이라면 모를까. 나이키 매장에서 내가 뭘 사고 싶은 건 없을 테니까 구경하는 눈도 심드렁했고 다리도 마침 아파와서 어디 걸터앉을 데가 없나.. 초로의 아줌마답게 의자귀퉁이를 찾아 열심히 눈을 굴렸다.
그때 여성 운동화 매대가 눈에 들어왔는데 어라? 마침 눈에 띄는 운동화가 있었다.
매시원단에 은색 자갈치 무늬가 얼기설기 들어가서 언 듯 보기에도 내 나이 또래를 겨냥한 운동화는 아닌 것처럼 보이는 런닝화였다.
그런데 이뻤다.
평소에 좋아하는 디자인도 아니고 신어 본적도 없는 것 같은 화려한 스타일이었지만 이런 스타일이 맘에 들다니 오호라...신기했다.
가격도 마침 세일에 들어가서 그렇게 심장 떨리게 비싸고 그렇지도 않았다.
그때 매장을 뱅뱅 돌던 아들 녀석이 지 맘에 드는 운동화 하나 발견하고 박스를 고이 안고 결제를 바라는 눈빛으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나도 하나 살까? 순간 빠르게 마음이 일렁일렁 했지만 아무래도 너무 충동구매같고
작년에 새로 산 스케쳐스 운동화도 아직 멀쩡하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야무지게 들고 있던 운동화를 슬며시 내려놓게 됐다.
발이 여기저기 아파서 예전에 신던 단화류 들의 신발들을 못 신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어지간히 차려 입어야하는 자리가 아니면 무조건 운동화 비슷한 재질의 신에 발이 간다. 오래 걸어도 무리가 없는 운동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신발장을 차지하고 있는 오래 묵은 딱딱한 신발들 싹 다 내다 버리고 가볍고 부드러운 운동화 서너켤레만 있으면 딱 좋겠다 싶다.
하지만 끈도 떨어지지 않은 멀쩡한 신발들이라 아깝다는 이유로 그러지 못하고 벼르기만 하고 있다. 신을 가망성이 전혀 없는 신발들이 이사때마다 무슨 꿀단지 옮겨 다니듯 신발장만 들락거리는 중이다.
보통 주부들이 살빼면 입어야지...하고 농마다 걸어놓은 55사이즈의 블라우스 원피스들. 그 아이들이야 볼 때마다 다이어트의 의지를 고취시키는 순기능이라도 있고 혹여 기적같이 살빼기에 성공해서 요요 오기 전까지 짧은 기간이나마 몸을 구겨 넣어보는 기쁨을 맛 볼 수가 있지만 신발을 다르다.
나이가 역방향으로 흐르지 않으니 나이 들어서 아파지기 시작한 발바닥이나 발가락 관절들이 저절로 다시 괜찮아지지는 않는다.
청춘의 나날들 또깍 또깍 걸음걸이의 맵시를 살려주던 어여쁜 구두들을 내가 다시 신고 날아갈 듯 걸어 다니는 날들이 다시 올 리 절대 없다.
한번 신어 보기나 할 걸.... 며칠 동안 그 운동화가 머릿속을 맴돌고 그 백화점을 세일 끝나기 전에 어떻게 다시 가서 제대로 한번 볼까... 기회를 엿보고 있다.
나이키 v2k 아무래도 이러다가 오늘 내일 저지르지 싶다.
까짓거 얼마나 한다고 에라 모르겠다.
여름 내내 쪼리 슬리퍼 끌고 다니느라 수고한 내 발에 선물하나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