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고장났다

by 바인

손가락이 고장 났다.

고장이 나서 잘 안 움직이는 것은 확실한데 이유나 언제부터 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목디스크로 고생한지가 3-4년 되어 가니까 혹시 그 이후부터인가.

신경이 눌리면 손가락이 잘 안 움직인다는데 그 탓일까.

왼손 결혼반지 손가락이랑 새끼손가락이 잘 안 움직인다. 멍청해졌다고 해야 할까.

분명 힘을 주어서 자판을 두드리는데 손끝까지 힘이 전달이 안 되고 손목 언저리에서 기운이 빠진다. 금이 갔다거나 피부에 뭐가 났다거나 이렇게 확실하게 병원에 가야하는 이유가 아니라서 더 기분이 우울하다.


어느 과를 가야하나.

어느 병원에 간들 뭐라고 말을 하나.

손가락에 힘이 잘 안 들어가요. 라고 호소. 내가 의사라면 뭐라고 말해줄까.

내가 느끼기에도 노화의 증상같고 디스크의 합병증 같은데 의사인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까.

노화과는 왜 없을까.

인간의 몸에 노화에 의해 일어나는 다양한 증상들을 한 군데서 모아서 한꺼번에 봐주는 병원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런 데가 없다.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판 글씨가 잘 안보여서 노트북을 뒤로 밀었다가 당겼다가 안경을 이거 썼다가 저거 썼다가 계속 안절부절하고 있다. 옆에서 자던 고양이가 다 시끄러워서 뭔일이냐? 하는 눈으로 깨서 쳐다본다.


오른 손은 멀쩡한데 왼손의 손가락에만 힘이 안 들아가는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기분 나쁘다. 이러다가 그 무섭다는 반신불수 ? 뭐 이런게 오는건가.

별 방정맞은 생각이 다 든다.

50년을 넘게 이 몸을 썼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것이 품질에 자신 있는 어느 전자회사의 역사 깊은 캐치프레이즈였다. 순간에 태어나서 50년을 이 몸을 써먹고 있으니 알뜰하게 이용해 먹고 있다고 할수 있지만 인간의 수명이 100년을 바라보는 세상에 오만가지 노화증상이 나이 50 갓 넘어서 오니까 당황스럽고 열까지 받는다.

어쩌자는 건가. 소소한 증상들을 일일이 병원에 찾아다니다가는 이제부터 남은 인생은 병원 문턱 닳게 하는데 다 쓰고 죽을 판이다.

그럴 수는 없다.


넷째 다섯째 손가락을 튕겨본다.

반무당처럼 손가락의 근육의 힘을 키우면 당장의 후덜덜한 기분나쁜 증상은 좀 나아지겠지 하고 진단을 내린다.

자판 연습도 하고 내 나름의 재활을 해봐야지

야무지게 마음을 먹어 본다.

디스크도 별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고 하늘보기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노화 앞에 장사 없다. 새로운 증상이 날 때마다 그저 열심히 몸을 달래고 또 달래봐야지.

안 그러면 성질내다 혈압으로 먼저 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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