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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파일럿 Jan 31. 2022

부기장이 기장님과 취미는 맞지 않더라도

비행과 비행 사이의 시간을 뻥타임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뻥타임이 길어진다 표현을 한다. 항공기 연결 문제일 수도 있고, 스케줄상 그렇게 짜여있을 수도 있고, 노선 슬롯상 어쩔 수 없이 그런 경우가 있다.

그 어원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아마 뻥 뜨는 시간이라 그렇게 부르지 않을까.


여하튼,

오늘 비행의 뻥타임은 1시간 40분 정도로, 생각보다 길어, 미리 가져간 책을 읽고 있었다. '어린이의 세계'라는 책이었는데 10만 권이 넘게 팔렸다고 해서 미리 부럽기도 하고, 어떻게 쓰면 그렇게 잘 팔릴까 궁금하기도 하여 보고 있었다.



어린이 이야기를 읽는 게 얼마만인지,

어린이라는 존재에 대해 잊고 산지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생각이 들며

참 재밌게 서술된 이야기들을 보면서 한참을 웃는데


승객석에서 쉬고 계셨던 기장님께서 칵핏에 들어오시더니 하시는 말씀,


"아니 망고기장 책을 읽어?"

"아 예, 심심해서 읽고 있습니다."

"아주 인텔렉츄얼하네."

"그렇지 못해서 읽고 있습니다."

"나도 책 좋아해."


나와 취미가 비슷한 기장님을 만난 반가움에 신이 나서


"오 그렇습니까!?"

"응, 딱 사는 것까지만."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록 취미는 맞지 않았어도,

기장님 개그가 너무 취향이라

하루 종일 즐거웠던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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