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여름에 대구 동성로 한 레코드가게에 들어가 쭈뼛쭈뼛하며 몇 달간 모은 돈으로 박스에 든 레코드를 샀다. 오아시스레코드사에서 제작한 라이선스 LP 넉 장, 글렌 굴드의 평균율 전곡집이었다.
사진의 레코드가 바로 그때 구매한 레코드다. 삼십 년을 넘어 가지고 살았다. 나중에 취업을 하고 과분한 월급을 받게 되면서 소콜로프의 LP를 몇 장 사지만 나는 피아노 연주 레코드는 잘 사지 않는 편이다. 듣다가 '좋다!'하고 감동을 받으면 그만인 편인데 굴드의 레코드가 평균율 중에서는 가장 취향에 맞다. 굳이 차선을 꼽아보라면 빌헬름 켐프의 평균율이다. 하지만 켐프는 전곡녹음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굴드의 평균율을 가장 좋아하지만 혹시 나의 장례식에 브금을 깔 수 있다면 '아무래도' 나긋나긋한 켐프의 연주가 좋을 것 같다. 예식에서 굴드라면, 너무 튀지 않을까...
요즈음, 머릿속에 하나의 모티브가 떠나질 않는다. 그것은 '나의 죽음'에 관한 것. 음악은 사실, 죽음의 세계라고 해도 된다. 레코딩은 곧 박제이고, 박제는 죽음의 산물이다. 그래서 연초부터 레코드를 끄집어내 보는 것도 같다. 아니라면 굴드라는 고독, 추위, 절제, 균형을 이해하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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