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이야기는 힘이 세다

사진으로 글쓰기(2)

by 현진현

있었던 이야기

어젯밤에 콘택트렌즈를 빼려고 보니까 렌즈 세척액이 없다... 아뿔싸! 샀어야 했는데... 나는 아우터를 껴 입고 편의점을 향해 걸어갔다. 차가운 날씨에 가로등이 빛났다. 그렇게 밤의 기운을 느끼는데 정말이지 갑자기 눈이 흘러내리듯 쏟아졌다. 전화를 했다. 여보, 함박눈이야.


카메라가 있었다면, 사진을 찍고 전화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있었던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습관은 글쓰기의 시작이다.



들은 이야기

미국의 소설가 제임스 설터 James Salter는, '들은 이야기'의 강력함을 말한 적이 있다. - 남해안 어느 마을에서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한다. 한 사람은 남대문에 직접 가 본 사람, 또 다른 한 사람은 남대문에 가 본 적 없지만 누군가로부터 남대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 이 다툼의 쟁점이 어디에 있든, 쟁점이 발생해 말다툼이 이루어지면 심정적으로는 남대문에 가 본 적 없는 사람이 우위에 자리하게 된다. 먼저 미적으로 재해석된 표현은 아름다울 가능성이 크다.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이 느끼는 남대문의 스케일은 쉽게 왜곡되지 않겠지만 '꿈꾸는 측면'은 상실된다. 요컨대 들은 이야기는 문학적이다.

말하자면, 착시와 착각이 싸우는 형태... 인간의 감각은 선연하지 않을수록 목소리를 높인다. 감각의 한계라고나 할까?


잘 듣는다는 것, 은 어쩌면 글쓰기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현진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비평 당선 /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 취미-취향을 글쓰기로 이어주는 글쓰기 코치와 전기작가로 활동.

16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21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2화글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