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生麗水 玉出崑岡 (금생여수 옥출곤강) - 2
金生麗水 玉出崑岡
金生麗水 玉出崑岡 (금생여수 옥출곤강) :
여수라는 곳에서 금이 생산되고 곤륜산에서 옥이 나온다.
여수(麗水)는 중국의 어느 지역 이름이며, 옛날부터 사금이 많이 채취되었다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똑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 여수(麗水)가 있고,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여수밤바다라는 유명한 노래가 있습니다.
사실 [려(麗)]는 Beautiful의 뜻이며, 우리나라의 옛 이름인 고려(高麗)에 들어 있는 중요한 글자입니다. 한국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글자입니다. 사실 조선이 원래 단군왕검시절부터 써왔던 우리 고유의 국가명이듯, 고려 또한 고구려시절부터 스스로를 [고려]라 하였으니 [고구려]보다 오히려 더 오리지널인 국호입니다.
안타깝게도 [려(麗)] 자가 좀 복잡한데.. 일단은 윗부분 [고울 려]를 떼고 보면, 우리가 그래도 좀 눈에 익은 사슴록(鹿)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자는 보기에도 사슴처럼 생겼으니, 그대로 외워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위에 붙은 부분은 사슴의 뿔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크고 아름다운 뿔을 가진 수사슴은 예로부터 아름다움의 상징이었습니다.
곤강이라는 것은 중국의 곤륜산을 뜻하며, 예전에 여기서 아름다운 비취가 많이 생산되었다 합니다. [옥(玉)]이라는 것은, 동양에서 예로부터 단단히고 아름다운 투명/반투명한 암석을 통칭하여 부르는 용어입니다. 통상 우리가 말하는 옥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짙은 녹색기운이 도는 [비취’(Jadeite/경옥)]이고, 또 하나는 우윳빛이 감도는 흰색의 [백옥‘(Nephrite/ 연옥)]입니다. 비취의 화학식은 NaAlSi2 O6 또는 Na(Al, Fe3+) Si2O6이고, 연옥의 화학식은 Ca(Mg·Fe) 5 Si8 O22(OH) 2입니다. 모스 경도계 기준으로 비취는 6.5 ~ 7, 연옥은 6 ~ 6.5 정도로 역시 연옥이 비취(경옥)보다는 다소 무른 편입니다. 그 외에, 우리가 서양에서 많이 취급하는 보석들도 우리말로는 옥(玉)을 넣어서 지칭하였는데, 가령 에메랄드(emerald)는 크로뮴을 함유하여 비취색(밝은 녹색)을 띠는 녹주석의 일종으로, 취옥(翠玉)이라고 합니다. 5월의 탄생석이며, 화학식은 Be3 Al2(Si6 O18)입니다.
한편, 토파즈(topaz)의 경우, 약간 노란색을 띠기 때문에 황옥(黃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모스 경도 8에 해당하는 매우 단단한 물질입니다. 11월의 탄생석이며, 화학식은 Al2 SiO4(F, OH) 2입니다. 사파이어와 루비는 사실 같은 보석으로 강옥(鋼玉)이라 하며 화학식은 Al2O3입니다.
굳이 제가 복잡한 화학식을 소개하는 이유는 보석의 구성원소들이 (자세히 보시면) 나트륨(소금), 칼슘(조개껍데기), 마그네슘(시금치), 철(사과), 규소(모래), 산소(공기), 수소(공기), 알루미늄(콜라캔) 등과 같이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원소라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사파이어와 루비 등은 다이아몬드 못지않은 희귀 보석으로서, 그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초 인공적으로 루비결정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면서 그 희소성이 매우 약해지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합성루비나 합성 사파이어는 천연 원석에 비하여 불순물이 적고 투명도가 더욱 높습니다.
상기와 같은 인조보석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는, 천연 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대체적으로 천연보석의 가치는 기포나 크랙 등이 없고 투명할수록 더욱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보석들은 사실상 이와 같은 불순물이나 크랙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제는 거꾸로 불순물이나 크랙이 있어야만 천연 보석으로 대접받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커런덤(루비나 사파이어를 부르는 과학적 광물명)에 이어, 지금은 인조 다이아몬드조차도 매우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또 다이아몬드는 보석용 보다는 각종 연마제나 절삭공구, 정밀산업/우주산업 등에 더욱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쓸모없이 비싸기만 한 돌멩이에서 드디어 진정한 쓸모를 찾아가고 있는 보석들인 것입니다.
사실, 보석자체는 태고 이래로 변한 것이 없지만 인간의 입장에서 그들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바뀐 것뿐이겠지요.
광교거사의 맥락을 보자면, 이 金生麗水 玉出崑岡 대목이야말로 보석 좋아하는 우리 동지들과 함께 읽으라는 것이다. 보석의 입장에서 오면 우리 인간의 쓸모 역시 보석 받침대보다는 시원하고 깨끗하게 보존해서 마셔주는 것일 테다.
전 직장 한 곳에서 보석에 둘러싸인 여수 여자를 한 명 알았는데 그녀는 줄곧 자신이 서울출신이라 주장했다. 어릴 적 부친의 직장 때문에 여수로 내려갔다는 것인데... 암튼 그녀는 보석과 함께 결혼해 본적지도 아닌 분당으로 돌아왔다. (그 여자를 언급하는 것은 여수와 연관되어 내가 아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