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리학의 거두는 칼을 차고 다녔다

劍號巨闕 珠稱夜光 (검호거궐 주칭야광)

by 현진현
劍號巨闕 珠稱夜光 (검호거궐 주칭야광) :
명검에는 거궐이라는 칼이 유명하고, 보석으로는 야광주가 으뜸이다.


거궐은 검의 명장 구야자가 만든 칼의 이름입니다. 옛날에는 칼을 신성하게 여겨서 사람처럼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

월왕 윤상의 명을 받은 구야자는 칼을 만들 금속을 채취해 담로(湛盧), 어장(魚腸), 순구(純鉤), 거궐(巨闕), 승사(勝邪)의 다섯 자루 명검을 제작했으며, 후에 초나라 소왕의 초빙에 따라 오나라의 명장(名匠) 간장과 힘을 합쳐 용연, 공포, 태아라는 세 자루 보검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촉루지검, 벽려 등의 무기가 있다고 합니다.(나무위키에서 발췌)


야광은 밤에 스스로 빛을 내는 “야광주”를 뜻합니다.

이론적으로 형석((螢石, Fluorite)은 플루오린화 칼슘(CaF2)으로 이루어진 할로젠 광물로서 자외선을 비추면 특유의 발광현상을 나타내는데, 특수한 경우에 소량의 방사선 물질(라듐이나 우라늄 등)이 불순물로 섞여 들어갈 경우, 야간에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자체 발광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고대의 야광주라는 보물은 이러한 원리에 의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참고로 라듐을 처음 발견한 퀴리부인은 방사성 과다 피폭의 영향으로 말년에 여러 합병증에 시달리다 사망하였습니다.


본 구절에 나오는 글자들은 대체로 우리 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글자들인 것 같습니다. [검 (劍) 자]가 들어가는 단어는 무척 많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광선검(光線劍 / Light Sabor)]입니다. 스타워즈 영화에서 제다이들이 쓰는 무기입니다. 강철 등의 금속재질이 아닌, 플라스마로 이루어진 무시무시하면서도 간지 나는 무기입니다. 다시 21세기 천자문을 짓는다면 검호거궐이 아닌 검호광검이 되겠지요. ^^

그 외 제가 개인적으로 찾고 싶은 칼이 있는데, 조선시대 가장 선비다운 삶을 살다 가신 남명 조식 선생이 차고 다니시던 “경의검(敬義劍)”입니다. 조식은 이 경의검을 당신의 수제자인 내암 정인홍에게 물려주었고, 권력과 부에 당당할 수 있는 선비의 올곧은 도를 전하였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흘러 정인홍이 인조정권에 의해 사형당하고 경의검은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거궐의 [거 자]는 크다는 뜻이고 여러분들도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거대하다 등등) [궐 자]는 궁궐이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는 palace의 뜻인데요. 역시 궁궐은 앞에 큰 문(門)이 있고, 그 앞에 문지기들이 지키고 있는데, 통상 이 게이트키퍼의 일이라는 게 아무것도 안 하고 부동자세로 몇 시간을 있어야 해서, 자연스레 잠이 오고 하품(欠)이 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하품이 하고 싶어도, 궁궐을 지키는 문지기로서 그 자연스러운 하품의 욕구를 거슬러(逆) 견뎌야 합니다. 따라서, 하품 흠(欠)과 거스를 역(逆)이 문가운데 오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구슬을 뜻하는 [주( 珠)]는 자주 보는 글자입니다. 여의주(如意珠), 염주(念珠)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칭할 [칭(稱)]또한 많이 보는 글자입니다. 칭찬(稱讚), 사칭(詐稱)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밤 야], [빛 광] 등은 일상적으로 쓰는 글자들이지요. 다만, 위에 나온 칭할 칭(稱) 자가 좀 복잡한데.. 아마도 옛날에는 농사가 국가경제의 기반이었기 때문에, 사또 등의 벼슬아치가 관할 지역을 순행하면서, 벼(禾) 농사를 잘 지은 논을 보면, 그쪽을 손가락질(손톱 [조 爪])하면서, 여기는 어떤 선비(士)의 논인가? 농사가 잘 지어졌으니 “칭찬"하여 마땅하다. 이렇게 하여 “칭찬하다"의 뜻이 생긴 게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이 천자문을 독해하고 강독하는 이는 내 친구인 광교거사이다. 광교는 편집자인 나를 '처사'라고 부른다. 경의검의 주인인 남명이 죽을 때에 이르러 묘비명을 남기기를, "처사라고 하는 것이 옳다. 이것이 나의 평생 뜻이다. 만약 처사라고 하지 않고 관직으로 나를 칭한다면 이는 나를 버리는 것이다(宇顒請曰。萬一不諱。當以何號稱先生乎。曰。用處士。可也。此吾平生之志。若不用此而稱爵。是棄我也。)"라고 하였다. - 그렇다. 광교거사는 남명의 팬이다. 팬클럽 회장이라도 맡을 기세로 내게 남명을 이야기한 적도 있다. 나는 광교의 집에 '경의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 지면을 빌어 위키사이트에 없는 남명의 야사 하나를 이야기해 본다. 남명은 지긋한 나이에 이르러 화류관문(花柳關)을 선비에게 있어 넘기 어려운 관문으로 말한다. 그는 '음심'을 차단하기 위해 소변을 보면서 성기를 잡을 때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젓가락을 사용하였다. 물론 야사다. 현처사의 야사.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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