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겨자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가

果珍李柰 菜重芥薑 (과진이내 채중개강)

by 현진현

어떻게, 겨자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가



果珍李柰 菜重芥薑 (과진이내 채중개강) :
과일 중에는 배와 능금을 으뜸으로 치고, 채소 중에는 겨자와 생강이 귀중하게 여겨진다.


천자문의 특징 중에 하나는 대구법을 많이 쓴다는 것입니다.

본 구절은 앞서 나왔던 검호거궐 주칭야광과 대구가 되어 있습니다. 즉, 왕과 귀족 같은 소위 특권계층이 향유하는 사치품이 귀한 칼과 야광주 같은, 어찌 보면 실생활에는 별 쓸모가 없는 것들이라면 향기롭고 맛있는 과일과 건강에 좋은 채소의 종류들은 우리 서민들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생필품들입니다. 하지만 역시 과거에는 오늘날과 같은 원예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서(주식류인 쌀과 보리를 재배하기도 빠듯한 시절 ㅠㅠ) 기호식품이라 할 수 있는 과일과 겨자, 생강 등은 더욱 귀하게 대접받은 것 같습니다. 참고로 배(Pear)를 뜻하는 이(李)는 성씨의 한자로 원체 유명하므로 별도의 언급 없이 넘어가겠습니다. 그 뒤에 나오는 내(柰)는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소위 능금나무의 열매를 뜻하는 것입니다. 보통 사과라고 하지만, 지금 우리가 아는 사과는 거의 19세기~20세기 초에 서양이나 일본에서 들여온 서양사과이고, 동양에서 말하는 ‘능금'은 토종 야생 사과품종으로서 유전학적으로도 완전히 다른 종류입니다. 하지만 서양사과가 들어오기 이전에는 과일로서 꽤 각광받았던 것 같습니다.

한편, [채(菜) 자]는 우리가 늘 먹는 밥상 위의 채소(菜蔬)에 쓰이는 글자입니다. 풀 초, 손톱 조, 나무 목 등 우리가 손으로 채취하는 풀잎, 나무순(두릅 등)이 모두 채소로 분류되고, 그에 적합하게 글자도 구성되어 있어서, 큰 거부감 없이 외울 수 있습니다. 무거울 [중(重) 자]는 좀 복잡하지만, 우리가 잘 아는 가운데 [중(中) 자]에다가 위아래로 쇠막대기를 5개나 마구 달아놓아서 보기에도 무거워 보입니다. 겨자를 뜻하는 개(芥)는 풀을 뜻하는 풀 초(艸)에다가 여기저기 끼어든다는 뜻의 개(介)가 합쳐진 것인데요. 소위 약방의 감초처럼, 겨자는 온갖 요리에 들어가서 맛을 돋우기 때문에 어찌 보면 너무나 잘 만든 글자인 듯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강을 뜻하는 강(薑)인데, 영어로는 Ginger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생강은 김치부터 시작해서, 삼계탕, 갈비찜, 생선요리, 회 요리 등등에 안 들어가는 데가 없고 심지어 공자께서도 매일 조금씩 드셨던 최고의 기호식품이자 강정제입니다. 글자가 다소 복잡하지만 일단은 채소이니 만큼 풀 초가 위에 붙는 것은 당연하고요.. 그 아래 밭(田)이 두 개가 있고 그 밭들을 경계 짓는 밭두렁이 상, 중, 하로 그어져 있습니다. 즉 위아래 밭 어디를 찾아봐도 이만한 채소가 없다는 최고의 찬사인 셈입니다.



천자문은 독특한 철학을 가진다. 이는 대구법, 또 각개의 글자가 가진 의미생성으로부터 기인한다. 가령 겨자를 뜻하는 '개'는, 여기저기 끼어드는 풀을 의미한다. 겨자로부터 겨자의 시스템, 그리고 겨자의 역할론까지 나아간다. 역할론이란 겨자는 맛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어떻게, 겨자 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가.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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