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말러를 LP로 모두 가지고 있다. 한때 레코드가게를 지날 때마다 한 장씩 구입하다 보니 수집욕이 들었던지 가곡류까지도 보이는 대로 사버렸다. 한데 종종 꺼내 듣는 것은 번스타인이 아니라 카라얀의 것이다. 그리고 5번과 9번이다. 다른 곡들도 아주 좋지만 바쁜 일상의 조건에서 꺼내드는 건 유명한 5번의 4악장이나 9번의 종악장이다. [헤어질 결심]에서 흘렀던 것처럼 5번은 격정의 사랑을 들려준다. 9번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9번의 4악장에는 밤하늘이 들어가 있다. 별들은 흘러 다니지만 그것을 보는 우리는 고독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올려다보는 순간의 침묵도 그 속에 들어있다.
매우 느리게 그리고 주춤하듯이 Adagio, Sehr langsam und noch zurückhaltend
느려지고만 싶었다. 사람들 만큼 빨라서 그 속에서 섞이길 두려워했던 것일 테지. 그러므로 말년의 줄리니나 첼리비다케, 그리고 번스타인의 교향곡들을 들었을 테지만...
(아니나 다를까, 카라얀의 5번 4악장도 꿈처럼 진행된다. 사사로운 질감 따윈 잘 모르겠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