觸: 영화 밖으로

홍상수, 그 후

by 현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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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은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균등하게 보여준다. 그게 공평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화면 전체가 움직이거나 화면 전체가 정지한 것처럼 느껴진다. 컬러였다면? 컬러였다면 조금 번잡스러워서 영화의 내용이 영화 쪽으로 좀 기울지 않았을까.

한 사람이 만든 영화의 역사로 보자면 뭔가 완성작이다. 영화는 영화 밖으로 나간다. 우리는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고전적인 의미에서 영화를 본다기보다 필름과 관계를 형성한다. 영화적이어서 공감각적이므로 보다 더 시간적이다.


어떤 주장 : 나는 사람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다. 지금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대단하다. 진짜 정교함은 정교함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아무런 주장이 없다. 단지 시간이다.

배우들 : 배우들은 작중의 캐릭터보다 더 명민하다. 바보스러운 척하는 연기가 어려울까, 똑똑한 척하는 연기가 더 어려울까.

자신에 대한 이야기 : 생계 걱정 없는 일반론이 권해효에 부여된다. 돈 좀 있나 보다.


이 영화는 문학적으로 굉장한 선물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영화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타임머신을 태우고 동시대의 어떤 곳으로 우릴 데려간다. 플레이스 머신일까.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고 영화를 '지켜보'도록 하자.

9.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