觸: 하하호호

브런치, 그리고 브런치

by 현진현
IMG_20200901_120714.jpeg


주말이거나 휴일이더라도 11시가 넘어가면 좀 불편합니다. 9시 50분쯤이 좋겠어요. 둘러앉아서 도란도란 말고 두런두런 얘기를 슬슬 나누면서 슬슬 먹고 마십니다. 오후 1시가 넘어가면 재미없을 거예요. 오후에는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무엇보다 운동을 해야 하니까요. 아직 아침 9시가 되지 않은 시각, 오늘 일요일의 브런치를 준비해봅니다.

오늘은 이 블로그 브런치에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마감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구독하는 여러분들이 아침 일찍 [브런치북]으로 묶어 내면서 휴대폰 알람이 연이어 울리네요.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것이기도 하지만 저도 이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를 하려고 합니다. 두런두런 나눈 이야기들이 책으로 묶여서 출판되면 얼마나 기쁠까요? 스물몇 살 무렵 음반 통신판매를 주문해 놓고 자취방에서 오늘은 올까 내일은 올까 기다리던 날들이 떠오르네요. 이번에도 응모를 하면 발표일을 잊어버린 듯 기다리겠지요? 하하.

그런데 이 블로그 브런치에 책으로 묶는 특정한 가이드가 없는 듯 있더라고요. 바로, 아점 브런치 같은 거예요. 달콤하거나 상큼하면서 크게 부담이 없거나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음식 같은 글들이 바로 그런 글 아닐까 싶었습니다. 과거 한두 번 저도 이 프로젝트에 응모한 적 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서점에서 출판된 당선작들을 볼 때 살짝 간파를 해 보았지요. 출판사에서 출판용 원고를 고르는 기준도 대체로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지구 상에 그런 글이 어디 있다고? 해보지만 좋은 작가들이 그런 글을 써서 출판을 해버리는 거죠. 호호.

저는 열 번 정도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 봤던 것 같은데 단 한 번도 출판된 적이 없었습니다. 조금 서운하기는 하지만... 제가 사는 방식이 그렇듯 제가 써 놓고 제가 읽으면서 즐기니까 것도 뭐... '쓰기'는 심리에 좋은 것 같아요. '읽기'가 좋듯이 말이죠. '말하기'가 심리치료에 쓰인다고 합니다. '듣기'도 그렇지 않겠어요? 그러니 일단 쓰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일 겁니다.

저는 최근에 SNS를 몽땅 중지해버렸습니다. 하얀 A4에 가지런히 써 내려가듯 브런치 블로그처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SNS는 말이죠. 물론 SNS에서 멋진 선생님들을 만나기는 했습니다. 소엽 선배라든가, 김상수 선생님이라든가, 의령 누님이라든가 좋은 분들의 글과 사진을 마음껏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좋은 글과 사진을 내보일 수 없었는데요. 마구 푸념이나 해댔던 건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이 브런치에서는 비교적 길게 적다 보니 정제된 생각이 나가는 것 같아요.

스물여섯 살부터 직장에서 일을 했는데 상업적인 글을 쓰는 일이었어요. 그 일도 재미없지는 않았는데 좀 답답하긴 했죠. 물건을 좋다고 포장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멋지다고 만들어내는 그런 글이었으니... 나중에는 상업적인 영상을 만드는 것에 더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주절주절이지만 역시 이런 글을 쓰고 있자면 마음이 아주 늘어지게 편한 거예요. 학교 다닐 때 한 번, 직장 다닐 때 한 번 신춘문예에 응모한 적이 있었는데 그게 두 번 모두 당선이 되어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한 번은 비평이고 한 번은 소설이었어요. 젊고 행복한 기운이었을 거예요. 그 기운을 자판 두드리듯 쭉 내려깔아서 나쁘지 않은 글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한데 그저 한 편과 한 편이라 출판은 해주질 않더군요. 소설은 다른 소설과 묶여서 출판된 적이 있고... 쓴 책이 서점의 좌판에 쭉 깔리는 행복한 상상도 좋고 쓰는 행위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상상은 더없이 즐겁고 쓰는 것은 생각을 동반하니까 마음은 북극에도 가고 적도에도 가고 남회귀선을 따라서 이국에도 갑니다.

오늘 브런치의 메뉴는 담백한 '책'이었습니다.

10/10


이전 14화觸: 그러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