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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닿 Jun 18. 2022

부산 디자인 위크 갔다 온 후기

가슴 떨리고 설렘이 가득했던 오후

 올해는 많은 일이 있었다. 일단 월급을 받기 시작했고, 원대한 목표였던 새 노트북을 구입했으며, 꿈꾸었던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디자인 위크를 알게 된 것은 두 달 전인 4월 말이었다. 매일 업무 루틴 중 하나였던 3대 사이트(비핸스, 노트폴리오, 드리블)를 둘러보던 중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디자인 공부를 위해서 일단 구글링을 하는 습관 때문인지 운 좋게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얼리버드 입장권을 구입했다.

 그러나 저번 달에 <월간 디자인> 연간 구독을 신청했기에, 디자인 위크 입장권이 선물로 도착했다. 정기구독의 혜택이 이렇게 도착했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면서 진작 알았으면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았다며 엉뚱하게 화를 내기도 했다. 갈피를 잃은 당혹스러움이 화로 발산된 것 같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예전 덕질할 때부터 페어, 위크 등의 행사를 가서 부스를 마주하고, 사람들과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장면을 상상하곤 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두려웠다. 근원 모를 두려움 때문에 가지 않았다. 호기심은 있었지만 신포도처럼 재미없을 것이라며 가지 않았다.


 올해의 키워드를 성장, 경험, 도전, 독립으로 잡았고, 내면의 성장 또한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부산으로 떠날 수 있었다. 경험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은 후회를 부른다는 점이나 어떤 것이든 경험하면 나중에 써먹게 된다는 점이 컴포트 존을 벗어나 떠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이기도 했다.

 여전히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 거는 것을 어려워하고, 전혀 준비된 것 하나 없이 무작정 떠난 것이기 때문에 차 안에서 2시간 정도 보면 많이 본 것이라며 적당히 5시쯤 다시 출발하면 되겠거니 생각했다.


 놀랍게도 생각한 것의 딱 2배의 시간을 쏟았다. '로컬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에 있는 많은 디자이너와 기업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수많은 영감을 얻었고, 재밌었다. 특히 뭐든 첫 번째로 하는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기에 이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을 테다.


 


시선강탈 테스형

 

도착을 하니 12시. 배가 고팠지만 위에 말했듯 두 시간 정도면 다 보고 나올 것이겠거니 하며 들어갔다. 

일단 들어가니 곰표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곰표와 콜라보한 제품들과 함께 체험존이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눈으로 훑으며 안내 데스크로 향해 부스 배치도를 받았다.

 지속 가능한 사업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일단 그곳부터 들렸다. 가는 길에 사회적 기업 부스가 있어서 겸사 들리기도 했다.

 사진 찍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사진은 몇 개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내 눈과 머리가 최대한 많은 기억을 보관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잊지 않기 위해 최대한 많은 명함과 리플렛을 가져온 것이 한몫 톡톡히 했다.


 유일하게 구입한 것은 소창 티백이다.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 있어서 내가 있는 지역의 제로 웨이스트 상점을 들리려고 했지만, 내 출근 시간과 퇴근시간이 맞물려 열린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반쯤 포기하고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야 하나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데... 하면서 망설이고 있었을 때 반갑게 발견해서 냉큼 사 왔다.

 TMI를 말하자면 소창은 아기 기저귀를 만들거나 면 생리대를 만드는 목화 직조물로 흡수력과 통기성이 좋은 원단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 티백으로 우린 차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다.


 우리가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플라스틱 소재의 티백에 비교하자면 확실히 천천히 우러난다는 느낌이다. 두꺼운 면사를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느낌. 



 

 나의 로망이라고 해야 할까. 버킷리스트라고 해야 할까. 디자이너의 노트북에 항상 많은 브랜드가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런 식으로 노꾸(노트북 꾸미기)를 하고 싶었고 이번에 그런 느낌적인 느낌을 채울 수 있었다.

그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모르고, 나만 좋아하는 짝사랑이지만...

더 많은 브랜드로 노트북 가득 채워지길 바라며...


원래는 그냥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배가 너무 고플 것 같아 노포로 가기 전 지하철에서 열심히 검색을 한 끝에 부산대에 내려서 서문국수로 향했다. 

 더운 날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냉국수가 있는 줄 알았더니 온국수와 비빔국수만이... 하지만 국물을 좋아하는 나는 온국수를 선택했다.


가장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바로 배고플 때라고 하지 않는가. 아침에 차멀미하지 않기 위해 먹는 요거트시리얼 빼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브레이크 타임이 끝난 5시에 먹는 첫끼가 진짜로 맛있었다.

 말 그대로 흡입.


 



디자인 위크를 경험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게 되었을 때

왜?라고 물었을 때 모든 답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라는 대답이 준비되어 있지만

"그러한 프로세스와 결과물을 갖추었나?"라는 추가 질문이 들어왔을 때는 머뭇거리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지금의 내가 최선을 다한 프로세스와 결과물을 갖추는 것일 테다.


또 하나는

 브랜드 디자이너 또는 브랜드 마케터 쪽으로 역량을 늘려가고 싶다. 큰 틀에서 생각하고 기획하고 이벤트를 만들고 상상하는 쪽이 즐겁고 재미있다.

 어떻게 브랜드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어떤 목적으로 나아갈 것인지, 고객 대상, 페르소나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만들어갈 작품, 상품은 무엇인지. 어디에 홍보할 것인지. 어떤 재질로, 어떠한 콘셉트로 이벤트를 진행할 것인지 등등 물음표를 계속 던지게 만드는 활동이 나의 창의력을 가장 많이 끌어올린다고 현재는 생각한다.


 그래서 스스로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어떻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기 때문에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나'라는 사람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것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잠재역량이 많이 증폭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기까지 봐주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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