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신작
류승완의 <모가디슈>를 본지 2주가 지났다. 영화 리뷰는 영화를 보자마자 후다닥 써야하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아주 늦게 쓴다. 영화를 본지 2주가 지났음에도 내 머릿속에서 아른 거리는 두가지 이미지가 있다. 먼저 줄거리 부터.
때는 서울 올림픽이 끝난 무렵. 아프리카 소말리아 모가디슈에 한국 외교관이 있다. 그들의 목적은 소말리아 대통령을 설득시켜 대한민국을 UN에 가입시키도록 한표 행사해달라고 로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외교관에서도 똑같이 소말리아 대통령에 로비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소말리아에 내전이 터지고 북한 영사관은 약탈을 당한다. 야간도주를 하는 도중 한국영사관 앞에서 도와달라고 한다. 문을 열어주고 서먹서먹하던 한국과 북한의 외교관과 그 가족들은 하나가 되어 모가디슈를 탈출 하기 위해 이탈리아 영사관이 있는 곳으로 자동차를 타고 탈출 한다. 그들은 케냐에 비행기를 타고 내린다. 그들을 맞이 하는 건 한국에서 온 국정원과 북한에서 온 국정원. 내리자마자 서로를 모른척 하고 헤어진다.
등장인물들은 소말리아 내전이라는 위험에 빠진다. 모가디슈 탈출이라는 목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적국이자 동포인 북한을 어떻게 해야 할것인가? 라는 선택지에서 남측 외교관이 선택한 건 같이 탈출 하자 였다.
서두에 언급했던 첫 번째 이미지에 대한 설명. 모가디슈에서도 서로를 적대시 해서 감정적으로 좋지 않았던 두 무리. 어두운 불빛 속에서 식사를 한다. 식사 도중 북한 사람이 깻잎을 먹으려고 하는데 알다시피 깻잎은 잘 쪼개지지 않는다. 이 때 남한사람이 젓가락으로 깻잎을 잡아주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장면은 서로를 경계하던 남과북의 긴장이 풀리는 쇼트다. 이제 남과북은 한배를 탄 것이다 라고 선언하는 쇼트. 남한과 북한만이 먹는 음식.. 그리고 이를 서로 나눠 먹는다.
잠시 딴길로 새자면.. 내 인생에서 영화를 보는 도중에 제발 이 영화가 끝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영화가 있는데 바로 박찬욱의 <공동경비구역 JSA>다. 남과 북의 병사들이 DMZ에서 닭 싸움을 하는 바로 그 순간 나는 이 영화가 영원히 끝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북한은 적이며 통일의 대상으로만 생각되어졌는데 그 부분이 무너졌다라는 이성적 판단 보다는 새 학기때 옆에 앉아 있는 짝과 지우개를 빌리고 반찬을 나눠먹으며 급속도로 친해지는 그 감정이 찾아온 것이다. 여행지에서 이방인에게 마음을 내 줄때 혹은, 공공기관에서 의외로 친절한 사무관을 만날 때 드는 감정말이다.
적이라고 생각했던 남과 북의 사람이 같은 고초를 겪고 서로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된다. 그리고 시대의 비극으로 다시 헤어진다. 이런 종류의 남과북 영화가 많은 것 같다. 모가디슈도 그 중의 하나 일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케냐 공항으로 탈출하게 되는 남과북. 그들을 맞이한건 다름 아니라 각국의 국정원이었다. 이들 앞에서 친분을 과시했다가는 고국에서 어떤 고초를 겪을지 모르는 시대였다. 어려움 속에 친분이 생긴다고 했는가. 비행기 안에서 남과북은 서로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각자의 버스에 오르는 남과북의 외교관. 서로의 모습을 바라 볼 수 없다. 우리는 친구였어요 말할 수 없다. 서로의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지만 뒤를 돌아볼까 주저하는 남과북의 외교관의 뒷모습. 교차편집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하나가 다시 둘이되는 쇼트.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지도 못한다 것. 비극의 시대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1년 현재로 돌아와서, 남과 북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영화 <모가디슈>는 실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갑자기 통일에 대한 인식이 궁금해졌다.
통일보다는 경제라는 인식이다.
한국인 10명 중 8명은 통일보다는 경제를 더 중요시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https://www.bbc.com/korean/48551954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과 경제 문제 중 하나를 골라 해결해야 한다면 경제를 선택하겠다'는 질문에 응답자의 77%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7%, 보통이라는 응답은 16%였다.
20~30대는 통일에 대해 다른 연령과 비교해서 부정적이란다.
https://www.chosun.com/politics/2020/10/14/R4CUGOMIPJGV5KVTLAQF3Q6U54/
20대와 30대 젊은층에서 각각 35.3%와 30.8%가 통일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통일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40대(19.3%), 50대(18.8%)의 인식과 다른 결과다.
전체 연령대에서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응답은 52.8%였다. 지난해 53%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남북관계 개선 기대감이 고조됐던 2018년 59.8%에 비하면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통일에 대한 열망이 높다. 나는 막연하게 우리세대에 통일이 된다면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고 그 혼란을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있다. 따라서 각자의 체제를 인정하고 공존하자는 입장이다. 아예 다른 나라지만 서로의 문호를 개방하고.
올드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