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목나무와 매미 Jun 09. 2024

무엇이 성격을 결정하는가

<성격의 탄생>(와이즈북, 2013)을 읽고

 여전히 MBTI(마이어-브릭스 성격유형 검사)는 유행 중이다. 처음 사람을 사귈 때부터 심지어 회사에서 구인을 할 때까지. MBTI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화두이자 한 사람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MBTI 열풍은 부작용도 낳았다. 16가지 성격 유형 중 선망하는 성격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할 사람을 구할 때 E(외향적)인 사람을 대놓고 조건에 올려놓는다든지, 공감을 못 받는다는 느낌일 때 '너 T야?'라고 물어본다든지 MBTI 만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단정 지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현상과 함께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고민들이 자주 보인다. 성격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성격은 무엇에 영향을 받는 것일까? 성격의 가변성을 논하기 전에 먼저 무엇이 성격을 만드는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대니얼 네틀은 <성격의 탄생>(와이즈북, 2013)에서 이 질문에 답을 준다. 책에 따르면 우리의 성격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외향성, 신경성, 성실성, 친화성, 개방성. 사람은 모두 이 성격 특징들을 가지고 있지만 각 특징이 두드러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에 따라서 우리의 성격이 결정된다. 또한, 저자는 진화 심리학적으로 이 특징들에 접근한다. 먼 옛날 조상들이 처해있던 상황에 따라서 생존에 유리한 성격들이 살아남았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5가지 성격 모두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데, 외향성의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유전학자 딩과 그의 동료들은, 현지 환경이 황폐해지거나 급격히 변하는 곳에서는 가능한 보상을 찾고 추구하는 매우 활동적인 사람이 자연선택되지만, 자원이 풍부하고 환경이 안정된 곳에서는 활동적인 성향은 불필요하고 위험한 기질이 되며, 더 신중한 사람이 더 잘 산다고 주장했다.

126쪽


 저자에 따르면 결국 유전자가 우리 성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

 더 놀라운 사실은 흔히 성격을 결정한다고 생각되는 요소들, 부모의 양육 환경, 형제의 서열들은 성격과는 별로 관련성이 없고, 오히려 키, 건강, 지능 등이 성격과 유의미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에이, 말도 안 돼'라고 생각할 독자들의 반응을 미리 예상했던지, 저자는 다양한 학술적 연구 결과를 통해 부모의 성격, 성장 환경 등 각각의 요인이 성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하나씩 철저하게 설명한다.

 그렇다면, 성격은 타고나기에 변화시킬 수 없다. 나처럼 현재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저자에 따르면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이 본인의 성격에 불만을 갖는다고 한다-사람들에게는 절망적인 결과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성격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신 성격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이 책의 긍정적인 메시지는 여러분의 기본적인 성격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5대 성격 특성은 모두 그 수치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중략) 여러분의 성격은 버려야 할 저주가 아니라 자기 계발의 토대가 되는 소중한 자원-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기만 하면-이다.

279쪽


 이 책을 읽고 성격에 대해 더 깊게 알 수 있다. 각 성격의 특징, 성격 특성의 장단점, 성격에는 유전자가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 등 성격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 수 있다. 저자가 그동안 모아온 많은 사람들의 사례, 과학적인 결과들로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신뢰할 수 있다. 다만, 내 성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적인 방침은 나와있지 않다. 처음 나의 생각처럼 성격을 바꿀 수 있는 방법 혹은 각 성격 특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없어서 이런 책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또한 친화성과 관련된 부분에서 아쉬운 설명이 있다. 바로 여성의 사회적인 성공에 관한 진술이다. 대기업 CEO 중 여성의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저자는 "실제로는 성차별이 없는데, 사회적 관계를 희생하고라도 사회적 지위를 원하는 여성이 적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한다. 저자의 설명이 옳은 부분도 있다. '진화 심리학적' 측면에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친화성을 더 중시하면서(또는 중시하도록 설정되면서) 진화해왔다. 그 이유는 여성들에게 그런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들도 개방성, 외향성 등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그렇게 앞으로 진화할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성차별로 그런 환경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차별보다 여성의 성격'이 '유리천장' 현상에 더 영향을 준다는 저자의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런 아쉬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가 성격을 바라보는 관점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바로 유전자와 성격의 밀접한 관련성이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의 성장 환경 같은 단시간에 일어나는 사건들은(인류 역사에 비하면)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나는 어렸을 때 ~해서 지금 성격이 이래', 또는 '내 성격은 왜 이렇게밖에 안되는 걸까' 등 자신의 성격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타고난 성격을 다시 생각해 보고, 성격을 바꾸려는 노력 대신, 자신의 성격에 맞는 직업을 찾는다든지, 활동을 찾는다든지 등의 방법을 찾도록 권유하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