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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Jun 22. 2024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선생님의 안부를 묻습니다>(에듀니티, 2024)를 읽고



 2023년 7월. 교사들에게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여름이었다. 서이초 2년 차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시작으로 신목초, 무녀도초, 용인 한 고등학교에서 비상식적인 민원과 과도한 업무로 선생님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023년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 이내에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26.6%로 1명꼴이었습니다. 게다가 1년 사이에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하는 교사도 10명 중 8명이나 

<선생님의 안부를 묻습니다>, 18쪽

됐다. 사실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최근만의 일이 아니다. 해가 지날수록 받아들이기 힘든 민원들과 교사 본연의 업무가 아닌 일들은 꾸준히 증가했다. 선생님들은 그렇다면 어떻게 힘듦을 이겨내고 있을까?


 <선생님의 안부를 묻습니다>(에듀니티, 2024)는 이 물음에 서로 다른 6명의 선생님이 응답한다. 휴직을 선택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위안할 수 있는 여러 취미를 찾아보기도 하고, 재외 한국학교로 떠나기도 했다. 경력도, 인생도 전혀 다른 6명의 교사였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힘들면 잠시 멈췄다 가도 괜찮다."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주변에서 본 모든 선생님들은 멈추지 못했다. 성대결절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키보드로 수업을 할지언정 학교에 출근했다. 아이들, 학부모에게 상처를 받아도 출근하기 전 내내 울고, 오후에 혼자 남아서 내내 울지언정 교실에 들어가서는 자신의 마음보다 아이들을 먼저 살폈다. 작년 동학년 선생님은 심지어 출근길에 접촉사고가 났지만 학급이 걱정된다며 병원보다 학교로 먼저 달려왔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병가, 휴직을 내면 '우리 반 아이들은 어떡하냐'라며, 혹은 '내가 할 일은 내가 해야 한다'라며 아프고 다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학교에 왔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더 지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선생님들에게 용기를 준다.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고 교직과,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살펴볼 수 있도록 말이다. 휴직을 하면서, 교사가 아닌 다른 나로서, 색다른 환경에서 나를 보면 그 안에서 볼 수 없던 것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Adam Brooks라는 교육학자가 교사에 관해 한 유명한 격언이 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교사와 동의어는 아니지만 교육에 있어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말이다. 지금 교사들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불합리한 민원, 교권침해 위협, 교육과 관련 없는 업무들로 교육에 집중할 수 없다. 책의 저자 6인이 모두 겪었듯이 말이다. 


 서이초 사건이 있고 교권과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개선된 점은 없어 보인다. 여전히 선생님들은 본인들의 업무인 교육에 온 힘을 쏟을 수 없다. 무단으로 학교를 이탈하려는 학생을 막다가 온갖 욕설을 들으며 뺨을 맞은 교감 선생님*), 고학년 교실에서 수차례 성희롱 발언을 들은 선생님**) 등 언론에 보도되는 뉴스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교권 침해 중 일부일 뿐이다. 교사가 수업과 아이들 지도에 힘을 쏟을 수 있을 때만 "교육의 질"이 향상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여전히 자신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위로를 건네며 조심스레 묻는다.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0170946&code=61121111&cp=nv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4/06/18/20240618500024?wlog_tag3=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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