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나다의 기쁨과 슬픔
그라나다. 알함브라의 도시이자 안달루시아의 주요 관광 도시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으로 유명한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도시기도 하다. 마드리드에서 그라나다로 이동 후 알페신 지구로 향했다.
알페신 지구에 가기 위해서는 알사Alsa 버스를 타야 한다. 기계에서 버스 카드를 구매하거나 버스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버스에서는 현금만 받는다. 처음에 키오스크에서 구매를 하려고 했으나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지 구매가 안 됐다. 돈도 겨우 돌려받았다. 날이 좀 어두웠지만 그래도 여름이라 그런지 뷰는 좋았다.
하얀 집들 사이사이에 꽃들이 있고 접시나 화분으로 꾸며놓아서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아랍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집집마다 정원을 예쁘게 꾸며 놓았다.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서는 맞은편의 알함브라 궁전이 잘 보였다. 플라멩코 음악을 버스킹 하는 밴드가 있어서 스페인 남부 분위기가 물씬 났다.
알페신 지구에서 내려와서 그라나다 시가지를 구경했다. 그라나다 대성당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시간이 늦어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대성당 외부를 한 바퀴 도는데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라나다 대성당 근처에는 아랍 느낌의 전통시장인 알카이세리아,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센터 등이 있다. 물 장수의 동상도 볼 수 있는데 (제미나이에 따르면) 안달루시아 전통 옷을 입고 있었다.
구경하다 보니 배가 고파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이탈리아 음식. 안달루시아 지방에서는 음식을 시키면 타파스를 하나씩 준다. 우리는 피자, 파스타, 샐러드를 먹었다. 스페인 음식이 짜다고 노래를 부르셨던 아빠도 맛있게 잘 드셨다.
저녁을 먹고 냄비 받침을 사기 위해서 알카이세리아 시장을 돌아다녔다. 시장에서는 아랍 문화권의 디저트와 수공예품을 볼 수 있었다. 여러 군데를 돌아다닌 끝에 겨우 마음에 드는 냄비 받침을 찾아서 구매를 했다.
스페인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야오야오에서 후식을 먹었다. 멜론, 포도 등을 올려서 먹었더니 아이스크림이 더 상큼해서 좋았다.
알함브라 궁전에 가는 날. 오후에는 론다로 이동해야 해서 마음이 급했다. 나스르 궁전을 9시에 예약을 해놔서 알카사르를 먼저 보기로 했다. 알카사르는 궁전의 군대가 있던 지역으로 군인들이 생활하던 공간과 그라나다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높은 탑이 있다. 알카사르에 입장을 하려고 하니 관리하시는 분이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오셨다. 놀란 표정을 지으니 아리랑 티브이를 자주 보신다고 하셨다.
30분 안에 후딱 알카사르를 보고 나스르 궁전을 봤다. 나스르 궁전은 메수아르 궁, 코마레스 궁, 사자의 궁으로 이루어져 있다.
메수아르 궁은 기독교 세력이 점령한 후 예배당으로 개조해서 이슬람 문양과 기독교 문양이 섞여있었다.
코마레스 궁은 아라야네스 중정이 인상적인 곳이다. 날이 맑고 바람이 불지 않아서 탑의 반영이 잘 보였다. 천장의 나뭇조각은 이슬람 문화의 정교함을 보여줬다. 몇 백 년 전에 손으로 일일이 짜 맞췄다는 것이 놀라웠다.
두 자매의 방, 아벤세라헤스의 방이 있는 사자의 궁은 나스르 궁전의 백미였다. 특히 아벤세라헤스의 방 천장에 모카라베 장식은 여러 번 봐도 감탄이 나왔다.
나스르 궁전을 나오면 파르탈 정원이 있는데, 계절에 맞는 꽃이 있어서 더 아름다웠다.
나스르 궁전을 나와서 카를로스 5세 궁전을 간략하게 봤다. 내부는 원형이고 외부는 사각형인 구조가 독특했다.
마지막으로 헤네랄리페에 갔다. 날씨도 좋고 꽃도 다양하게 많이 피어 있어서 예뻤다. 다만 기차 시간이 촉박해서 후루룩 봐야 하는 점이 아쉬웠다.
알함브라 하나만으로도 그라나다는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또한 맛있는 음식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까지 스페인 남부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두 번의 스페인 여행에서 좋지 않았던 기억 모두 그라나다에서 일어난 일 때문이었다. 10년 전 헤네랄리페를 구경할 때였다. 현장체험학습 온 듯한 아이들이 가득했다. 그중 한 아이가 사진을 함께 찍자고 했다. 웃으면서 사진 찍는 데 응하긴 했는데 찍고 나니 영 기분이 찜찜했다. 나중에 보니 계속 우리 쪽을 흘끔거리며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알페신 지구를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어떤 10대 남자애가 갑자기 자기 스마트폰을 나한테 들이밀었다. 스마트폰을 힐끔 보니 다른 여자애랑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다. 멋쩍게 웃으며 노라고 하며 자리를 옮겼다. 자리를 옮기는데도 낄낄거리며 쫓아왔다. 기분이 언짢았다.
그라나다는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다.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인종차별에 무감하고 스스럼없이 불쾌한 행동을 한다. 알함브라 궁전은 몇 번을 봐도 감탄이 나오고 로르카 센터 등 아직 안 본 곳도 많지만 당했던 인종차별 때문에 다시 오고 싶지는 않다.
제이가족의 팁
1. 일정이 정해졌다면 최소 2주 전에는 알함브라 궁전 티켓을 예약해야 한다. 나스르 궁으로 들어가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2. 나스르 궁전과 헤네랄 리페는 걸어서 20분 정도로 거리가 떨어져 있으므로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 나스르 궁전 입장시간에 맞춰 알카사르, 카를로스 5세 궁전 등을 함께 보고 헤네랄 리페를 보는 것이 좋다.
3. 알사 버스 카드는 키오스크와 버스 기사에게서 구매할 수 있다. 키오스크는 작동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안전하게 현금으로 버스 기사에게서 사는 것을 추천한다. 버스 카드는 스페인어로 '따르헤타 데 부스 tarjeta de bus'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