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추로스
여러 곳을 여행 다니다 보면 잊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오직 그 도시, 그 식당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이다. 부산의 돼지국밥, 기타큐슈의 우엉 튀김 우동, 리스본의 에그타르트, 그리고 마드리드의 추로스.
이번 여행에서 마드리드는 주요 관광도시가 아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 론다를 가기 위한 경유지였을 뿐이다. 동생과 바르셀로나에서 헤어지고 우리는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로 향했다.
10년 사이에 민영 고속 열차인 iryo가 생겼다. iryo는 1줄에 3좌석으로 렌페보다 훨씬 쾌적했다. 마드리드까지 직행이라 쾌적하게 열차여행을 할 수 있었다. 마드리드 도착 당일은 시간이 늦어 숙소에서 간단히 저녁을 챙겨 먹고 쉬었다.
다음 날 아침. 드디어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이번 스페인 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다려온 날이다. 바로 San Gines의 추로스를 다시 먹을 수 있는 날.
우리가 묵었던 에어비앤비는 짐을 맡아주지 않아, 바운스라는 앱을 통해 아토차 역 근처의 식당에 가방을 보관했다. 솔 광장에서 마드리드 관광을 시작했다.
솔 Sol 광장은 마드리드와 관련된 여러 상징물들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기 좋다. 마드리드 공식 문장에 등장하는 곰과 소모뇨 나무 동상, 스페인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도로의 기점 표시, 카를로스 3세 기마상 등을 볼 수 있다.
솔 광장에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다른 역사적 장소인 마요르 광장을 볼 수 있다. 마요르 광장은 4층 건물로 둘러싸인 곳으로 중앙에 펠리페 3세의 동상이 있다. 건물 1층에는 노천카페들이 있어 마드리드의 분위기를 느끼며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시기에 좋다.
산 미구엘 시장은 100년이 넘은 시장이지만 현대화 과정을 거쳐 커다란 실내 시장으로 바뀌었다. 점심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시장 안에는 이미 스페인 음식들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리고 드디어! 추로스를 먹으러 산 히네스에 갔다. 10년 전에 산 히네스는 점포 1개였는데 이제 보니 근처가 온통 산 히네스였다. 우리는 그중에서 본점으로 들어갔다. 운이 좋게 기다리지 않고 주문 후 바로 먹을 수 있었다.
산 히네스는 1894년에 문을 연 식당으로 추로스를 찍어 먹는 진하면서 꾸덕꾸덕한 초콜릿이 유명하다. 우리는 추로스 6개에 찍어 먹을 핫 초콜릿 하나, 카페라테(카페 꼰 레체)를 시켰다. 갓 튀겨서 바삭한 추로스를 따끈따끈하면서도 진한 초콜릿에 찍어 먹으면 그야말로 환상의 맛이다.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부지도 순식간에 추로스 2개를 드셨다. 다 먹고 나면 백종원의 명언이 생각난다. 큰 걸로 시킬걸... 곱배기로 시킬걸... 부족하게 먹어야 더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추로스와 10년 만의 재회를 뒤로하고 왕궁으로 갔다. 시간 관계상 왕궁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겉에서만 구경했다. 1734년에 지어진 왕궁은 다른 서유럽 국가들의 궁전들과 다르게 좌우대칭이 아니었다. 찾아보니 예산 문제와 지형적 한계 때문에 왼쪽은 날개를 지을 수 없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 경복궁과 같은 중심 궁전인데 3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날개를 보충해서 짓지 않은 점이 특이했다. 매주 수, 토요일에 위병 교대식이 열린다고 하는데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왕궁을 짧게 보고 맞은편의 알 무데나 성당에 들어갔다. 10년 전에 마드리드 왕궁을 본 건 기억이 나는데 그 앞에 있는 알 무데나 대성당은 초면이었다. 비교적 최근인 1993년에 완공된 성당은 규모가 크고 내부가 화려했다. 성당에서 잠시 쉬었다가 기차 시간에 맞춰 역으로 돌아갔다.
바르셀로나에 비해 관광객 수가 적지만, 마드리드는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프라도 미술관, 게르니카가 전시되어 있는 국립 소피아 왕비 예술센터 등 문화적으로 가치가 높다. 그리고 산 히네스의 추로스는 마드리드를 방문해야만 하는 이유가 된다.
제이 가족의 팁
1. 이리요iryo는 vpn을 사용해야하는 렌페와 달리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서도 예매가 가능하다. 그리고 렌페보다 연착률이 적고 훨씬 쾌적하니 큰 도시들을 이동할 때 이용하면 좋다.
2. 에어비앤비에서 묵거나 도시를 경유하여 짐 맡길 곳이 없을 때 바운스bounce 어플을 이용해보자. 1/3 가격에 짐을 맡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