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학 졸업하고 현실 깨닫기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연봉과 내 시간을 등가교환한 기분. 회사에 다니면 안정감이 생길줄 알았는데, 더 불안했다.
인테리어 회사를 그만두고, 못봤던 친구들을 한 명씩 만났다. 이미 사회생활에 찌든 친구는 10개월만에 그만둔 나를 MZ라 불렀고, 아직 사회에 나오기 전인 친구는 사장님께 다시 가서 비는 것을 추천했다. 어떻게 초봉 4500만원 일자리를 버릴 수가 있냐고.
사람들 비위 맞추는 것이 싫고, 사내 정치가 괴롭다고 했더니, 그 친구는 내게 물었다.
"뭐가 중요한지부터 정해봐."
내 우선순위는 돈이었다.
돈이라고 했다.
"너 영화 투자해준다고 하면, 바닥에 길 수 있어?"
- 기라고? 미쳤냐.
"탑배우 ㅇㅇㅇ가 네 영화에 나와준대. 너 길 수 있어?"
- 음..? 못할 거 같은데.
"너 그럼 사장님이 너 보고 기라고 하면, 길 수 있어?"
- 영화여도 못하는데 어떻게 기냐...
"만약에 너가 애가 있어, 그럼 길 수 있어?"
- 책임져야할 자식이 있다고 하면 길 수 있을 거 같아.
"그래, 너 길 수 있잖아. 너한테 지금 돈이 왜 중요한데? 어머니 걱정 때문에 하고 싶은 거 못하고 돈 번다며. 근데 못기어? 그게 진짜 사실이면 사장님 말씀 잘 듣고 기어야지. 넌 지금 에고가 존나 커. 근데 너 뭐 돼? 뭐 있냐? 니가 그거 아니면 뭐로 매달매달 돈을 그만큼 버냐? 뭣도 아니면서 에고만 있고 쳐나대기만 하니까 예술대 애들 안 쓰는 거야. 넌 운 좋게 거기 들어간 거고. 너도 알잖아, 우리가 해왔던 거 존나 아무것도 아니야. 현장은 다 프리랜서고, 실수 한번하면 일 끊기고, 돈? 정규직? 돈 벌려면 기어야하는 게 영화과 현실이야. 영화가 아니라도, 네가 하고싶은 게 있으면 기어야돼. 그게 돈이여도 마찬가지고."
경쟁이 셀 수록 기어야할 때 길 줄 알고, 똥꼬 잘 빠는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찍는 게 영화고, 사업도, 회사생활도 마찬가지란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나는 그동안 뭐가 중요한지를 모르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