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민이 팀장님의 중소 적응기

인하우스 1인 콘텐츠마케터로 살아남기

by 오리리

총 인원 13명인 중소기업에서 미디어콘텐츠팀 팀장을 맡게 되었다. 말이 팀장이지 팀원은 하나도 없는, 1인 인하우스PD로 고생을 좀 했다. 카메라 장비도 당연히 내 걸로, 고장난 삼각대를 당근으로 다시 사고, 먼지쌓인 조명기를 꺼냈다.


내가 하는 역할은 사무실 인테리어를 주로 하는 회사의 홍보였기 때문에, 인테리어가 끝난 현장을 찾아가서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첫 촬영은 왕십리에 있는 학원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실운전을 못해 무거운 장비를 들고 대중교통을 타고다니면서 현장을 다녔다.


다음날, 부장님은 내게 물었다.

"팀장님. 그 현장에, 쉬폰 커튼 있지 않았어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 있었어요!"


답했더니 단톡방에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신다. 급하게 사진을 보정하며 커텐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걸까? 싶었으나, 실은 내가 현장에 갔다는 사실을 못믿겠다는 뜻이다. 이런 일이 왕왕 있었다.


대표님의 마이크로매니징 때문에, 구성원들은 서로를 믿지 못했다. 매일 아침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당시 탄핵 여파로 경기가 안 좋아서, 이사님과 실장님은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목에 핏대를 세우시더니 둘다 잘리셨다.


아... 내가 돈에 미쳐서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했구나. 워라벨은 차치하고 근무 환경이 현저하게 차이났다. 중소기업에는 정말 기본적인 복지가 없다. 커피머신은 당연히 없고, 청소, 쓰레기 비우기부터 탕비실 채우기도 함께 해야한다. 사무실은 집보다 작을 수도 있다. 이런데 서로 사이까지 안 좋으니 미쳐버릴 것 같았으나, 점심시간이 되면 다들 새로운 자아가 생기는 건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편한 얼굴로 겸상을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나와 다툰 사람도 없는데, 싸운 사람들 눈치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은근히 서로를 눈치주고 서열질하는 문화를 도저히 못할 것 같아서 점심을 따로 먹기 시작했고, 은근한 왕따도 당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회사에 친해지고 싶은 동료가 없었다. 괜찮다. 어차피 오래 보면 미워도 정이 생기고, 결국은 다 친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평균연령 4~50대인 중소기업에서 점심 따로먹기는 하지 않기를 추천한다.


최소한의 소통을 위해 매주 월요일 회의 후에는 함께 밥을 먹었다. 3개월 정도 다니고 나서인가 키가 190cm정도 되는 대리님이 들어오셨다. 영업팀이셨는데, 나보다 먼저 그만두셨다. 언젠가 같이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는 길에 너무 어색해서 "또 그 식당가나봐요~"라고 했더니, 키 작은 사람들이 예민한 것 같단다. 생각해보니 난 키가 작고, 어렸을 때 편식도 많이 하고 영양분 섭취를 잘 하지 못했다. 아, 내가 그래서 작나?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오오. 맞는 것 같아요."라고 반응했더니,


"팀장님도 예민하신 편이세요?"


라고 묻는다. 당시에는 나를 맥이려고 하는 말인지 모르고, 너무나도 순수하게 "당연하죠~"라고 답했다. 대리님은 당황하셨고, 할 말을 잃으시더니 패배했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윗분들과 대화를 할 때 내가 주로 짓는 표정이었다. 아, 나를 꼽주려고 했구나. 하고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도 참 웃긴게 세상물정 모르고 예술을 전공하느라 예민하다는 게 칭찬인 줄 알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저 완전 예민하죠~" 골 때린다. 나보고 예민하다더니 지가 먼저 그만두냐.


나는 왜 그만두지 않았냐면, 돈 때문이었고, 그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회사에는 나누는 문화가 없었다. 삭막했다. 맛있는 간식 선물이 들어오면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보통은 당연한 거 아닌가?) 간식을 건네드리면 "이거 왜 줘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식의 대답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예상한 적도 없어서 깜짝깜짝 놀랐다. 중소 짬이 찬 어르신들의 공격은 당해낼 방어수단이 없다. 하려면 하겠지만, 어리니까, 반박하면 그림이 이상해진다. 그냥 당해야한다. 눈치 없이 개인 플레이를 한 나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주면 먹을 거면서... 솔직히 너무한 반응이었다.

그래도 이런 마음을 언젠간 알아주진 않을까 싶어 곶감, 딸기, 커피 등을 꾸준히 가져갔지만, 그 누구도 먹으면 먹었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지 않았다.


그래 뭐, 회사에 놀러온 건 아니니까.

그렇게 한 달 한 달 버티다보니, 10개월차에 통장에 4천만원이 쌓였고 친구들의 얼굴도, 웃는 법도 다 까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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