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아들.
아들이 네 살 무렵이었을까.
조막만 한 손을 꼭 잡고 동네 장터로 나섰다.
아들의 손에는 갓 튀겨낸 따뜻한 츄러스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설탕 가루가 묻은 입가를 야무지게 움직이며, 아이는 세상의 전부를 가진 얼굴로 그것을 먹고 있었다.
무심히 지나던 여성복 가판대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육아에 지친 나는 늘 그렇듯 질끈 묶은 머리에,
아이를 안아줄 때 볼에 닿을까 봐 선크림 정도만 바른 얼굴,
언제든 아이를 쫓아갈 수 있는 활동적인 차림.
누가 봐도 억척스러워 보일 법한, ‘아줌마’라는 이름의 표본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마음이 들떠 있었다.
괜히, 정말 괜히 원피스가 입고 싶어졌다.
백화점도 아닌 길거리 가판대 앞에서
두어 벌의 원피스를 이리저리 대보며
마치 인생의 중요한 선택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들은 말없이 옆에 서서
츄러스를 냠냠 먹으며 기다려주고 있었다.
“아들, 이게 이쁠까? 저게 이쁠까?”
별생각 없이 던진 질문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엄마… 이것도 이쁘고, 저것도 이쁜데…”
잠시 뜸을 들이던 아이가 덧붙였다.
“지금 엄마가 입고 있는 게 제일 이뻐요.”
그 한마디에, 가슴 어딘가가 쿵 내려앉았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고개를 숙였다.
꾸미지 않아도,
예쁘지 않아 보여도,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토록 온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날, 그 장터 한복판에서 비로소 마음에 와닿았다.
아마 그 아이의 눈 속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