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저래도 나를 미치게 만드는 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를 괴롭게 만드는 사람이 있나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일이 아니라,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일을 하는 도중 끊임없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감정이 여러 색을 띠면서 우리를 기쁘게도, 슬프게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좋게 좋게' 지내고 싶은 마음으로, 우리는 관계를 잘 조율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기술을 익힌다.
그런데 살다 보면, ‘이 사람 정말 왜 이러지?’ 싶은 순간을 만난다. 왜 저 사람은 나에게 계속 불편한 눈빛을 보내고 함부로 대하는 걸까? 자기 멋대로 필터링 없이 내뱉는 말들에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기는데, 정작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해서 내가 마치 바보가 된 기분이다. 괜스레 나의 말과 행동을 검열하고, 그에게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방법을 바꿔가며 조율해보려 하지만 어김없이, 변함없이 그는 나에게 '빌런'일 뿐이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모습의 빌런들이 존재한다.
가만히 있는데도 없는 말을 만들어 내는 빌런,
앞에서는 실실 웃으며 챙길 건 다 챙기고 뒤에서는 뒷담화하는 빌런,
자기보다 잘났다고 생각되면 이유 없이 상대를 깎아내리는 빌런,
자기만 고귀하다는 부심에 취해 찬양받지 못하면 소리 지르는 빌런,
조직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을 정의라 착각하며 쌈닭처럼 싸우는 빌런,
면전에 대고 무례하게 감정을 쏟아붓는 것을 솔직함이라 믿는 빌런,
여럿이 패를 짜서 한 사람을 토끼몰이하며 악의적인 소문을 만드는 빌런들까지...
그 사람은 왜 나에게 불편함을 주는 걸까요?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데에는 수만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쏟아지는 불쾌한 태도는 감당하기 힘든 억울함을 남긴다. 그림책 『미움』 속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친구의 미움 앞에 속수무책으로 놓인다. 이유를 모르니 대처할 방법도 없고, 그저 상대의 시선과 말 한마디에 온 마음이 곤두서며 일상이 무너져 내린다. 누군가로부터 받는 부당한 대우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존재의 수치심'을 건드린다. 마치 내 가치가 타인의 변덕스러운 감정 아래 짓밟히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은 대개 타인을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욕망이나 결핍을 채울 도구로 여긴다. 내가 무엇을 잘했든 못했든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려 나를 공격하는 것이다. 아무리 내 관점에서 상식적인 답을 찾으려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의 행동 원리가 '상식'이 아닌 '결핍'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만 다가와 에너지를 갈취해가는 이들의 행동은 결국 자신의 내면이 그만큼 공허하다는 반증일 뿐이다.
결국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그들의 비뚤어진 언행은 나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고장 난 내면에서 비롯된 '그들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내 그릇이 작아서 그들의 화살을 맞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쏜 화살이 조준점도 없이 사방으로 흩뿌려지고 있었을 뿐이다.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의 각본 속에서 내가 피해를 입고는 있지만, 그 각본을 쓴 작가는 내가 아니다. 그러니 그들이 던진 불쾌한 감정의 쓰레기통을 내가 대신 짊어지고 밤새 고민하며 나 자신을 검열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문제는 그들에게 있는데, 나는 그들의 비위를 맞추고 인정받으려 애썼다. 나 자신을 지우고 감정을 억눌렀다. 갈등을 피하고 관계를 소중히 여겼던 나의 선택은, 못된 이들 앞에서 그저 '호구'가 되는 일이었다. 상식적인 나의 루틴이 그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양식과 부딪힐 때, 나의 상식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고통받았다.
그렇다면 나는 계속 호구로 살아야 할까? 아니다. 이제는 더 현명해져야 한다. 그들은 상식적인 사람들이 아님을 인정하고, 나의 태도 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상대도 나처럼 생각하겠지"라는 이상적인 생각 대신, 그들을 피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내가 약해서가 아니다. 비상식적인 이들과 맞서 싸우려면 나 또한 비상식적인 무기를 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를 더럽히지 않기 위한 지혜로운 선택이다. 이것은 패배가 아니라 승리다.
이제 나는 못된 이들에게서 나를 지키기 위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로 했다. 무례한 선을 넘을 때 "그건 불편합니다"라고 단호하게 점을 찍는 용기를 낼 것이다. 그리고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과 단단한 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이다. 나를 갉아먹는 이에게 쏟았던 에너지를 거두어,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이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 그것이 가장 우아하고도 확실한 복수임을 이제는 안다.
내 삶의 주권은 나에게 있다. 더 이상 타인의 뒤틀린 각본에 내 감정을 주연으로 내어주지 않겠다. 나는 나로서, 충분히 평온하고 행복할 자격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