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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여행중 Dec 27. 2018

엄마가 여행을 한다는 것

- 프롤로그


나는 엄마가 되었다.

결혼을 하고 몇 개월 후, 자연스레 새 생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다들 때가 되면 결혼하고, 또 때가 되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줄만 알았다. 결혼, 임신과 출산이 여자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이벤트인지 별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내 인생은 아이의 탄생과 함께 이미 거대한 변화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나는 여행을 참 좋아했다.

늘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고 계획을 세웠다. 그냥 무작정 노는 게 좋았던 것도 같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뭘 하든 계속 움직이는 것이 편하기도 했고, 새로운 경험에 짜릿한 순간 그 자체를 즐겼다. 대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은 대부분 여행을 위해 쓰였다. 회사에 들어가서도 힘에 겹다 싶을 땐 늘 떠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2011년 남동생과 추석 연휴에 떠났던 런던. 하염없이 템스강과 테이트 모던을 바라보던 오후가 참 좋았다.

는 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다.

'하아..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은 못하겠다. 그렇지만 너무너무 이쁘긴 하네.'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을 때 즈음 둘째가 우리에게 왔다. 아이가 둘이 된 이후의 내 몸과 마음의 부담은, 두 배가 아니라 네 배 혹은 여덟 배쯤으로 불어났다. (셋 이상이 되면 오히려 편해진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긴 하다) 이미 한번 거대한 변화를 맛보았던 내 인생은, 또 한 번 방향을 틀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여행을 참 좋아한다.

결혼 전에도, 결혼을 하고 나서도, 아이가 둘 있는 엄마가 되었더라도 여전히 여행은 참 좋다. '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그래서 지금도 틈만 나면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한다. 이젠 혼자 다니기 쉽지 않은 환경이기에,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지난 가을에만 두번 떠났던 강원도에서의 아이들

대부분의 친구들은 "너 참 대~단하다" 고 유별난 엄마라는 말을 돌려 말하거나, " 너는 여행을 좋아한다기보다, 뭐랄까...그냥 돌아다니는 애란 말이 더 어울려!"와 같은 반응이다. 그래 그래, 나도 인정. 내가 생각해도 에너지가 평균 이상으로 너무 넘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가끔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심플하게 말하자면, 난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플 뿐이다. 

제나 여행 중인 듯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나의 두 아이가 언젠가는 이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주길 기대해본다. 다가올 그 날을 위한 작은 성의로, 아이들과의 크고 작은 떠남 들을 나만의 방식대로 기록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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