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성공, 혼자 살아야 쉽다.
다이어트 성공의 디폴트 값은 뭘까. 샐러드? PT 결제? 물 많이 마시기? 모두 그럴듯한 답이지만, 내게 최우선 기본 옵션은 '혼자 살기'였다. 회사에서 일하는 중, 같이 사는 친언니에게 갑자기 카톡이 온다. "하 오늘 팀장 때문에 너무 열 받아. 나 오늘 퇴근하고 엽떡 시킬 거야. 너도 먹을래?" 과거의 수많은 다이어트 시절 동거인의 배달 선언이 가장 참기 힘든 유혹이었다. 뭐라고? 마침 나는 오늘부터 다이어트 시작인데. 점심엔 회사에서 다이어트 도시락을 먹었고, 퇴근하곤 집에 가서 삶은 달걀에 두유만 간단히 먹으려고 했는데..? 1일 차 다이어터의 다짐이 와르르 무너진다. 아니야, 그래도 나는 안 먹어! 해봐도 막상 집에 도착하면 소용없다. 언니는 늘어나는 치즈에 쫀득한 떡을 감싸 스읍 스읍 먹으며 가열차게 먹방을 진행 중이다. 정말 나한테 왜 이러나 싶다. 결국 같이 먹거나, 두 세입만 뺏어 먹거나, 아예 안 먹고 참았지만 기어코 며칠 안에 떡볶이를 찾아 먹게 되거나. 어떤 엔딩이든 새드 엔딩이다. 언니가 다이어트할 때는 반대로 어디에선가 화가 난(?) 내가 배달 선언을 했을 거다. 결국 서로 함께 무럭무럭 살이 쪄간다. 부모님 집에 살 때도 크게 상황은 다르지 않다. 다이어트하려는데 엄마가 김치를 담가서 보쌈을 했단다. 그래 보쌈은 삶은 거라 살 안 찌니까. 갓 담근 김치는 오늘 아니면 못 먹으니까. 이건 어쩔 수 없어, 오늘만 먹자. 다음 날, 엄마가 어제 김치 담그느라 오늘은 저녁 하기 귀찮다고 오늘은 다 같이 치킨 시켜 먹자고.. 이런 일의 반복이다. 집에 사는 구성원이 1명씩 늘어날수록 다이어트의 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동거인이 뭘 사 올지, 만들지, 시킬지 모르니까. 예측 불가능하고 언제나 긴장감이 넘치는 스릴러가 따로 없다.
언니가 결혼을 하면서 우리는 드디어(?) 이별했다. 그리고 나는 혼자 살면 변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누가 나를 위해 음식을 해 주지도 배달을 시켜 주지도 않으니까. 가공식품을 애초에 쌓아 두질 않는다면 집에서 치팅할 재료조차 없다. 가볍게 먹기로 해놓고 가끔 이성의 끈을 놓고 배달을 시키는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음식이라는 게 신기하게도 혼자보단 둘 이상이 먹는 행복이 훨씬 크다. 그래서 맛있는 배달 음식이어도 혼자 먹으면 만족감이 덜 하다. 혼자 살면 최소 주문 금액을 채우느라 1회 객단가도 만만치 않아서 시키는 일이 자연스레 줄어든다. 이렇게 혼자 살면 식이 조절이 훨씬 쉽다. 퇴근하고 집에 곧장 들어가기만 한다면! (현관을 통과하는 것까지가 가장 큰 고비다.)
운동도 혼자 해야 잘 된다. 가족들과 함께 살면 자연스럽게 식사 전후로 거실에 모여서 티비를 보거나 집안일을 함께 한다. 혼자 운동한다고 방 안에 들어가서 홈트를 하는 게 분위기상(?) 쉽지 않다. 마치 집에서는 뭔가에 몰두하기 어렵고 카페나 도서관을 가야만 집중이 되는 현상과 유사하다. 학생일 때 밖에서는 야자까지 하면서 이상하게 집에서는 절대 펜을 못 들었다. 그때는 집이 너무 편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독립해서 혼자 살아 보니 꼭 안락함 때문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독립하고 사는 집에 카페 테이블을 사두었더니 일을 하기도 책을 읽기도 나쁘지 않았다. 운동도 마찬가지. 적당한 공간에 요가매트 깔고 하니까, 포근한 침대가 바로 옆에 있어도 잘만 운동했다. 결국은 공간과 동거인의 존재 유무가 중요했다.
혼자 살면 헐벗고 다니기도 쉽다. 갑자기 무슨 장르인가 싶겠지만, 다이어트할 때는 최대한 많이 노출된 나의 몸을 자주 보는 게 좋다. 그게 살찐 모습이면 빼야겠다는 자극을 받을 거고, 빠진 모습이면 유지하겠다는 자극을 받는다. 누군가과 같이 살면 다 벗고 전신 거울로 몸을 자주 관찰하기 어렵다. 나도 다 벗은 몸을 거울로 잘 안 보고 살았다. 샤워를 할 땐 뒷모습을 보지 못하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지금은 혼자 사니까 집에서 아주 얇은 슬립 하나만 걸치고 지낸다. 여름이라 시원하기도 하고, 고무줄 밴딩이 없어서 답답하지 않다. 무엇보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현관 앞에 있는 전신 거울로 몸 상태를 계속 체크한다. 신기하게도 눈바디는 항상 어제와 비교해서 조금씩 다르다. 헐벗은 내 몸을 자주 보면 볼수록 운동이든 식단이든 해 내겠다는 의지가 강해진다.
결국 나 혼자 살고, 나 혼자 뺐다. 내가 다이어트 효과를 많이 본 식단, 운동, 생활습관은 모두 혼자여서 가능했다. 의지만 강하다면 누군가와 함께 살면서도 할 수 있을 테지만, 난 주변인의 영향을 참 많이 받는 사람이었다. 결국 다이어트도 시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유명한 과외 선생님이 붙는대도 당사자가 할 마음이 없으면 죽어도 성적은 오르지 않는다. 시험이 망했다고 해도 점수를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모든 결과는 나에게 온다. 다이어트라는 혼자만의 싸움도 혼자일 때 가장 큰 집중력을 발휘하고, 승률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