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와 닿는 인생의 진리다. 실제로 또라이가 많은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겠지. 하지만 내 주변에는 비슷한 인간 유형들만 있어서 낯선 누군가를 더욱 또라이로 느끼기 쉽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향이 같거나, 학교가 같거나, 직장이 같은, 어느 정도 살아온 환경이 비슷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하니까. 나를 중심으로 막대기를 빙 둘러 동그라미를 그려 놓고, 그 테두리를 훌쩍 벗어나는 사람을 만나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정의해 버린다. 마음속 깊은 곳에 지금의 나처럼 사는 게 정답이기를 바라는 욕심이 있는 걸까,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을 보면 어쩐지 정이 안 간다. 특이하네, 신기하네, 또라이네, 하고 넘기면 참 편하다.
아무튼 그래서 세상은 넓고 '또라이'가 많아야 정상인데.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보면 말도 안되게 세상은 넓고 멋진 인생은 많다고 느낀다. 우리는 어쩌면 태어나 죽을 때까지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인생을 손톱만큼도 느껴보지 못할 거다. 내 가족이 안녕하기도 급급해 남을 궁금해할 여유도 없거니와 그럴 기회도 없으니까. 그런데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초등학교 앞 문방구 주인 할머니가, 하루에도 수십 명의 생을 책임지는 전문의가, 갓 대학에 입학해 들뜬 새내기가, 미용실에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나온다. 일상에서 만나면 그냥 휙 지나쳐버릴 '수많은 남들'의 사는 모습을 훔쳐본다. 누구나 꿈꾸는 멋진 전문직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걸출한 사명감에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연중무휴로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동네의 작은 가게 사장님을 보며 지난한 일상을 대하는 꾸준함에 존경의 박수를 치기도 한다.
웅장한 자연을 마주하면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 보이고 일상의 번잡한 고민이 별 것 아니게 느껴지는 것처럼, 나와 다르게 사는 삶을 들여다보면 꼭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행복이고 성공일지 의문이 생긴다. 아이가 생겨서 일을 그만두고 자식 뒷바라지만 한 어머니의 인생도, 평생을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에 허덕이는 누군가의 인생도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분명 아닌데. 그들의 삶이 빛나고 멋져서 존경의 마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