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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myselfolive May 08. 2021

제주, 고요하고 평화로운 여행

그 의외의 발견 제주시 한경읍 조수리

제주, 고요하고 평화로운 골목을 찾아서. 그 의외의 발견 한경읍 조수리

오랜만에 제주를 찾았다. 그 어느 때보다 조용히 스며들 듯 다녀오고 싶었던 여행이다. 늘, 제주를 찾을 때면 익숙한 곳과 새로운 곳 사이에 어디를 가지 하는 생각으로 갈팡질팡하며 시작한다. 그러다가도 자연스럽게 하루는 꽉 채워, 늘 가던 곳, 늘 보고 싶은 그 분들, 오늘도 존재해주어서 감사한 그 작은 가게들을 부러 찾아나선다. 그런 하루를 보내고 나니 그냥 이 날은 어디든 좋다 싶은 마음으로 새로운 동네로 발길을 향했다.

한적한 동네를 지나가다 ‘연못이 아름다운 동네, 조수리'라고 쓰여진 커다란 글씨 때문에 잠시 멈췄다.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그 연못이 얼마나 아름답길래 이렇게 동네방네 소문나라고 큰 글씨로 써놓은걸까 궁금했다. 지도를 켜서 위치를 확인하니,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다. 2년 전의 제주 여행에서 맛있는 돈가스 집을 찾아 나섰던 그 조수리였다. 결국 그 돈가스집은 문을 열지 않아서 헛탕을 쳤던 그 작은 마을 조수리. 동네 어귀에 차를 세우고 내려 동네의 골목을 탐험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연못인가가 못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힙함이 느껴지는 파랑 지붕 밑 프란츠 스토어

문득, 눈에 예쁜 파란색 지붕 밑 감각적인 글씨가 눈에 띄었다.

본능적으로 이미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는 나.

들어서자마자, 생각보다 공간이 넓은 것에 먼저 놀랐고 그리고 공간 구석구석에 쓰여진 감각적인 디스플레이에 놀랐다. 공간이 크게 4개로 나뉘어져 느껴졌는데, 처음 들어가자마자 마주한 라운지 같은 공간은 뭔가 사랑방같다 느껴졌다. 음악을 틀고 도란도란 수다를 떨면 딱 좋을 그런 라운지, 그리고는 오른편 공간으로 넘어가니 귀여운 문구류들과 빈티지 물건들이 정말 멋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안 쪽으로 더욱 들어갔더니 아예 DJ 음악인의 방을 하나 가져다 놓은 듯한 무척 독립적인 공간이 나타났다. 의외의 공간의 연결에 감탄하며 나오니 라운지 왼편은 의류 편집샵이었다. 이 공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고 싶다고 했더니 주인분께서는 아, 저쪽은 남편 계정으로 이 쪽은 본인 계정으로라며 두 개의 계정을 따로 보여주신다. 공간이 주었던 의외성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한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원래 옷을 잘 사지 않는 편인데, 그것도 여행의 마지막 날 이미 여행 가방은 비행기에 붙일 요량으로 꽉 채워 잠궈둔 내가 양손 가득 옷과 문구류를 사서 나왔다. 그 의외의 쇼핑에 그 공간의 밖을 나와 한참을 웃었다.

그렇게 프란츠 스토어를 나서고 동네 어귀 돌담 밑에 작고 앙증맞은 팻말 하나에 적힌 글씨들에 눈길이 갔다. 허리를 숙이고, 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작은 팻말의 글씨를 읽었다. 


제주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고 있는 제주돌창고 

앙증맞은 그 팻말의 화살표가 가르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작은 시골길이지만 무척 시원하게 뻗은 동네 길가 저만치에서 경쾌한 움직임으로 조리개로 화단에 물을 주고 있는 한 여인이 보였다. 사랑스러운 풍경화같았다.  

그 풍경에 반해 그 곳으로 향하여 들어간 그 곳, 제주돌창고.

작은 동네 카페일까 하고 기웃거리며 들어간 그 곳은 기대보다 훨씬 크고, 멋지고,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높은 나무 천장도 신기했고, 천장 위 달려있는 뭔지 모를 휠들도 궁금했고, 카페 안 쪽 공간으로 이어진 수영장과 야외 테라스는 더욱 놀라웠다. 우리를 맞이해 주신 부부는 더할나위 없이 따뜻하고 친근한 목소리로 연신 감탄을 하는 내게 돌창고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들려주셨다. 

이 곳은 1971년 착공을 시작하여, 1972년 1월 14일에 준공이 완료된 거의 50살에 가까운 방앗간이었다. 육지에서 이주한 이 가족이 이 곳에 터를 잡고 2020년 7월 지금의 돌창고 카페로 새로운 쓸모를 부여해 준 여정에 대해서 부부에게서 직접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제주에서는 나이 차이 나는 사람들에게는 남녀 상관없이 ‘삼춘'이라는 호칭으로 부른다며, 이는 지금 시대 우리가 중요시 여기는 “Gender-less 단어"가 아니냐며, 제주도가 이런 곳이다라며 제주 부심을 보여주시고, 여기 이 방앗간을 처음 지었던 조수리 ‘삼춘'이 다시 우리 재시공할 때에도 직접 참여하셨다는 이야기, 이 방앗간의 천장 보 위에 바퀴는 방앗간 시절의 시설물인데, 방앗간이 문을 닫고 고물상에서 방앗간의 많은 물건들을 가져가면서 천장에 있는 이 거대한 바퀴는 차마 떼어가지 못해 그대로 달려 있던 것을 그대로 복원하고 살리고 싶어서 있는 그대로를 유지하셨다는 이야기, 천장의 나무는 버려지는 귤박스를 해체하여 3개월 동안 직접 붙이며 ‘제주다움'에 대한 생각을 했던 시절의 이야기, 제주 이주민으로서 본인들의 사명과 약속은 ‘제주다움을 지키는 것'이라며 제주의 전통 음식과 디저트, 문화와 방언에 대한 이야기까지 들려주시는 이 두 분의 노력과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오롯이 느꼈던 공간과 시간이었다. 

그래서, 반드시 돌창고에서는 주인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씩 제주를 지키려는 그 마음을 마주하는 것을 즐기시길 추천한다. 더불어 너무 멋진 포토제닉 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은 돌창고가 선물하는 최상의 덤이다.

제주 돌창고 : https://www.instagram.com/jeju_stoneshed

⏰ [월-목] 09:30 - 18:00 / [금-토] 13:00 - 21:00


골목 길가 일렁이는 청보리밭

돌창고를 즐기고는 골목 산책을 나섰다. 낯선 동네의 골목 산책은 어떠한 작은 발견에도 금새 기분이 좋아진다는 매력이 있다. 그냥 어느 방향도 잡지 않고 눈에 보이는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한 쪽 길의 끝에는 푸르른 청보리가 보였고, 다른 한 쪽 길의 주변에는 예쁜 꽃들이 살랑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청보리들이 일렁이는 방향으로 발길이 향했다.

몇 년 전 여행 때, 제주도 사계리에 있는 사계생활에서 창가 한 가득 작은 밀밭을 가꾸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재주상회 고선영 대표님께서는 제주는 기후와 환경상 벼농사가 어려워서 쌀이 귀했었기 때문에, 제사상에도 쌀로 만든 떡이나 한과 대신에 보리나 밀로 만든 빵을 올리곤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래서, 특히나 제주의 밀로 만든 제주의 빵 이야기가 특별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조금 전 돌창고에서 먹었던 찹쌀로 만든 기름떡 디저트는 이런 제주에서 말 그대로 귀한 디저트였다. 이 기름떡을 제사상에 올리며 먹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던 순간이 다시금 소중했다. 


조수 성당, 그 작고 고요한 아름다움

이렇게 설렁설렁 동네 골목 산책을 하다가 문득 멈추어 선 곳이 바로 조수성당이었다. 두 분이 열심히 성당 마당의 조명들의 전구들을 갈아 끼시며 하하호호 웃고 있던 소리에 이어, 두리번거리는 내게 “그냥 들어와서 보고 가요. 괜찮아요.” 라고 큰 소리로 외쳐주신 덕에 선뜻 발을 디뎌 교구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성당 마당은 봄철을 맞은 꽃들로, 꽤나 오랜 시간 그 곳을 지켜주었을 커다랗고 멋진 나무들로 그리고 아끼고 가꾸었을 듯한 성모마리아상이 있는 마당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도 없는 성당 안 쪽으로 조심조심 들어가보았다. 작은 피아노와 스테인레스 창문들이 그 곳의 봄햇살을 그대로 안고 고요하게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종교가 없는 내게도, 항상 유럽을 여행할 때면 커다란 랜드마크 성당들에 들어가 그 웅장함에 압도당하기도, 때론 이름도 모르는 성당에 들어가 합창단의 소리를 마주하게 될 때면 그렇게 신이 나서 그 여행의 날을 칭찬했던 내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제주의 이 작은 마을, 고요하게 우연히 만나게 된 이 작은 성당의 모든 장면이 우리의 여행의 순간을 얼마나 감동적으로 채워주고 있는지를 느끼며, 마음 가득 소중함을 배우는 시간을 보냈다.


+ 더하여, 웅장하고 벅찬 깊이 그 자체, 아르떼 뮤지엄

WAVE 전시로 유명한 디스트릭트 팀의 작품을 보다 많이 접할 수 있다하여 찾게 되었던 아르떼 뮤지엄. 미디어 아트 전시의 관건은 어떻게 몰입감을 극대화하는가라고 생각한다. 1,400평이나 되는 스피커 제조 공장 전체에 무엇보다도 최대 높이가 10M에 육박하는 웅장한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빛과 소리는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의 몰입감을 극대화시켰다. 총 10개의 미디어아트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주의 자연을 소재로 제작된 ‘제주를 담은 빛의 가든’은, 제주에 여행 온 이 순간 뿐 아니라, 다른 계절과 다른 시간의 제주를 온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 몇 번이고 전시장 바닥에 앉아서 반복해서 관람하였다. 아르떼 뮤지엄의 전시는 우리가 그 공간 안에 완전히 흡수되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이다. 

우연히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하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작은 동네의 골목을 여행하고, 나의 보통의 나날들에서 마주하지 못했던 완벽한 몰입된 경험을 통해 더 큰 여행을 하고 온 듯한 전시까지. 마음 한 가득 좋은 힘을 얻고 돌아온 여행이었다. 여행의 위대함은, 이렇게 작은 골목 하나, 우연히 마주한 여행길의 전시 하나에서 지난 시간의 애씀을 위로받고, 앞으로 살아갈 또 얼마간의 버팀의 힘을 얻는 그런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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