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행위는 때로 '배설'에 가깝다. 머릿속에 엉겨 붙은 생각들을 종이 위로 쏟아내고 나서야 비로소 내 감정의 민낯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펜을 드는 건,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정상적인 사고의 궤도로 돌아오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제된 글이 아니다. 때로는 스스로도 민망할 만큼 솔직하고 거친 문장들을 마구 적어 내려간다. 그렇게 깊은 속마음을 나만의 공간에 펼쳐놓고 나면, 그제야 질문을 던질 여유가 생긴다. '이제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다시 건강한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지 고민해본다.
쓰는 행위가 비우는 일이라면, 읽는 행위는 채우는 일이다. 여유가 생길 때면 단 15분이라도 책을 펼치려 노력한다.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을 울리는 문장은 필사하거나 캡처해두고 곱씹는다. 내가 글 한 편을 쓰며 이토록 치열하게 고민하는데,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작가가 들이는 공은 오죽할까. 그 귀한 지식과 통찰을 서점에서 단돈 2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건 일종의 특권이다. 책에 몰입하며 그것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다.
한 달에 몇 권을 읽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 하지만 어릴 적 도서관을 좋아하던 마음은 여전히 남아, 머리맡의 이북 리더기는 나에게 가장 아늑한 안식처이자 도피처가 되어준다.
나에게 읽고 쓰는 행위는 삶의 '영양제'와 같다. 하루 이틀 거른다고 당장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멈추는 순간 피로감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읽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