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캠퍼스 국가교육기관 UXUI 멘토로 일한 지 어느덧 5개월 차다. 원데이 클래스처럼 가벼운 교육 경험은 몇 번 있었지만, 수개월간 학생들과 호흡하는 상주 코치는 처음이었다. 11년간 웹 에이전시, 외국계 인하우스, 프리랜서, 1인 기업까지 거치며 쌓아온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렘 반, 자신감 반으로 시작한 길이었다.
다양한 필드를 경험했기에 학생들의 각기 다른 상황에 맞춰 최적의 진로 상담을 해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실전은 달랐다. 나의 간절함이 깊어질수록,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빠서 못 했어요.", "까먹었어요." 멘토링 시간마다 반복되는 변명과 기본적인 질문들 앞에 나는 무력감을 느꼈다. 실무자의 시선에서 합격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고 열정적으로 설명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미이행'일 때면 맥이 풀렸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멘토는 방향을 제시할 뿐, 학생의 몫까지 대신 달릴 수는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실력이 는다는 격언은 진리였다. UI 디자인 피드백을 줄 때,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라이브로 수정 과정을 보여주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수정한 디자인을 그대로 두고 나머지 페이지도 내가 해주길 바라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당혹감을 느꼈다. '진짜 성장'은 내가 대신 그려주는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 정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에서 나온다는 것을 뼈아프게 배웠다.
클론 디자인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하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전수했지만, 과제를 해오지 않거나 자기 방식대로만 작업해와서 퀄리티가 아쉬울 때가 많았다. 처음에는 "도대체 왜 안 하는 거지?"라는 의문에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감정을 쏟는 대신 '시간의 기회비용'을 인지시키는 드라이한 대처를 연습 중이다. 멘토의 실망한 표정보다, "이 시간을 흘려보냄으로써 본인의 취업이 얼마나 늦어지고 있는지"를 팩트로 전달하는 것이 학생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더 나은 멘토링은 학생의 기분을 맞추고 "잘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니다. 취업 시장이라는 거친 야생으로 나가기 전,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근육을 길러주는 것이다.
앞으로의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지려 한다. 학생의 고민에는 따뜻하게 공감하는 조력자가 되되, 실력 향상과 결과물의 퀄리티에 있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냉정한 가이드가 되는 것. 그것이 11년 차 디자이너로서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진심 어린 멘토링이라 믿는다.
UXUI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은 구글링이나 네이버 검색으로 얻는 뻔한 정보가 아닌, 현업의 생생한 인사이트에 목말라 있다. 나는 단순히 '예쁜 디자인'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대신 기업에 실질적인 이익을 안겨줄 수 있는 디자이너, 즉 비즈니스 로직을 이해하는 디자이너의 기준을 알려주고 싶다.
과제를 내줄 때도 '그냥 하라'는 식의 일방적인 지시는 지양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피그마 작업 속도가 3배 빨라지고, 포트폴리오의 근간이 될 컴포넌트 라이브러리가 구축된다'는 식으로 학생이 얻을 실질적인 이득(을 먼저 정의해 주려 한다. 멘토의 열정보다 중요한 건, 학생 스스로 성장의 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가이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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