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대로 했어요"라는 말이 가장 위험한 이유

by 올리브

디자인 에이전시를 운영하며 프로젝트 멘토링을 병행하다 보면, 가끔 가슴이 답답해지는 순간을 마주하곤 합니다. 분명 더 나은 방향을 위해 의견을 던졌는데, 돌아온 결과물이 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기계적인 복제'일 때입니다.


1. 디자인은 ‘수용’이 아니라 ‘해석’이다

최근 한 학생의 UXUI포트폴리오를 리뷰하며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고민한 흔적이 잘 안 보여요.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 디자인을 배치해서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다음 미팅 때 학생은 정말로 디자인 두 개를 나란히 붙여왔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두 시안 사이의 논리적 연결 고리나, 레이아웃에 대한 고민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죠. 단순히 '나란히 두라'는 말을 물리적인 배치로만 받아들인 결과였습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었습니다. 화면 전체에 오퍼시티(Opacity)가 들어가 있어 이유를 물으니, 돌아온 대답은 더 당황스러웠습니다.

“다른 멘토님이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요.”



2. 내 의견이 거세된 디자인의 유효기간

멘토의 조언을 바탕으로 본인이 해석하고 판단한 결과물에 대해 피드백을 받는 것이 가장 건강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많은 예비 디자이너들이 '정답'을 찾으려 애씁니다.


UX/UI 디자인은 수학 공식이 아닙니다.

멘토의 피드백은 하나의 가이드라인일 뿐, 그 가이드라인을 따라갔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이나 더 나은 대안을 고민하는 건 온전히 디자이너의 몫입니다. 피드백 의도를 기계적으로 결과물에 적용한다면, 거기엔 디자이너의 철학은 사라지고 타인의 잔상만 남게 됩니다.


"왜 이렇게 디자인했나요?"라는 질문에 "멘토님이 시키셔서요." 라는 것보단 주도적인 생각이 필요합니다.



3. 1인 에이전시 대표가 깨달은 '근거의 힘'

실무의 세계, 특히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1인 기업의 세계는 더 냉혹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이거 왜 이렇게 했어요?"라고 물었을 때, "유행이라서요" 혹은 "누가 좋다고 해서요"라고 답하는 순간 전문가는 힘을 잃습니다.


UX/UI 디자이너의 진짜 가치는 화려한 픽셀이 아니라, 그 픽셀 하나를 찍기까지 거친 '논리적인 사고 과정'에 있습니다. 내가 내 디자인의 주인으로서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4. 프리랜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프리랜서나 1인 에이전시는 스스로가 결정권자이자 책임자가 되어야 하는 길입니다. 누군가의 피드백을 필터 없이 수용하는 습관은 나의 디자인 근육을 퇴화시킵니다.

조언을 들었다면 한 번 더 꼬아 생각해보세요. '이 피드백의 본질적인 의도는 무엇일까?' '이 방법 말고 내 디자인 톤에 맞는 더 나은 방식은 없을까?'

저는 제 학생들이 저에게 '정답'을 묻기보다, 본인이 내린 '결론'을 가지고 저와 치열하게 논쟁하기를 바랍니다. 디자인을 결정해주는 구조가 아니라, 본인의 해석을 검증받는 구조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UXUI디자이너 #주니어디자이너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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