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여행의 재미, 쿠킹 클래스
나의 여행에서 음식이란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도 같다. 때론 소소하고 때론 강렬했던 맛의 기억들이 온 감각으로 느꼈던 그때 그 시간 속의 공기를 고스란히 오늘로 소환하기 때문이다.
여름의 스페인. 붉은 태양 아래 약 140여년째 건축 중인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감동도 감동이지만 스페인은 미식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나라 아니던가! 맛있는 요리를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식재료가 풍부한 바르셀로나에선 쿠킹 클래스를 참여해보는 것도 오감으로 기억될 또 다른 여행의 묘미!
셰프를 따라 보케리아 시장의 장보기부터 시작된 맛의 향연은 내 호기심을 제대로 적중시켰다. 형형색색의 과일과 채소, 몇 가지 인지도 모를 향신료와 오일, 소금 등 눈이 휘둥그레지는 시장 구경이다.
아담한 건물 2층에 자리한 쿠킹 클래스에서 테라스로 내다보이는 바르셀로나 거리는 선명한 여름의 색색들이 강렬하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이다. 마치 나는 여행자가 아닌 이곳의 주민이 된 듯한 느낌.
토마토와 양파, 셀러리, 월계수와 몇 가지 향신료 등으로 시간을 들여 육수를 낸다. 어느덧 뭉근하게 끓는 소리가 채우는 공간 속에서 청각과 후각, 시각이 연합해 만들어내는 풍경을 마주한다. 한정되어 있는 여행기간에서 따로 시간을 들여 만드는 요리는 오히려 내게 그 흐름을 늦추어 준다. 때가 되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비단 요리만은 아닐 테니... 급할 것이 없다.
자작자작. 빠에야 팬에 육수를 넣어 천천히 조려지고 있는 붉은 토마토의 향내 너머로 문득 시간에 휘둘렸던 내 삶들이 스치며 날아간다.
그래, 천천히 가자. 뒤처질 것 같은 조급함으로는 요리의 깊은 맛을 낼 수는 없을 테니. 육수에 쌀을 천천히 끓여 내고 재료들을 함께 아울러 오븐에서 구워 낸 따끈한 해산물 빠에야와 부드러운 문어 샐러드. 색색의 타파스로 정겨운 식탁이 채워진다.
그날 이후 빠에야는 화려한 레스토랑의 요리들을 제치고 내게 기억되는 최고의 스페인의 맛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