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째 맛] 덴마크 코펜하겐, 호떡

덴마크에서 호떡을 판다고요?

by 시간여행자

북유럽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한창 유행일 때 막연한 로망이었던 그곳이 내 마음에 날개를 달아 훌훌 떠날 결심을 심어주었다. 코펜하겐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도시 곳곳에 유난히 잘 발달된 완만한 곡선의 자전거 도로들이었다. 거기엔 인생을 여유롭게 누리라는 철학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여유도 양보도 없이 속도전에 내몰린 서울의 숨 가쁜 도로와는 대비되었다.

곡선의 자전거 도로



눈부신 파란 하늘 아래 평온하게 자리 잡은 동화 속 인어 공주의 동상을 보며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듣곤 동심은 파괴 되어 버렸지만, 달콤한 아이스크림 하나 손에 들고 파스텔 톤의 건물이 운하를 따라 자리 잡은 '뉘 하운' 을 거닐며 따스한 햇살을 흠뻑 받아본다. 이런 좋은 날씨는 1년에 약 35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니 내겐 더욱 럭키한 여행이다.

뉘하운 운하/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 동상

그런데 이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독특한 이력의 한국인 가이드 청년. 유학생인 그는 덴마크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한국 음식 중 하나가 호떡이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번 팔아보자는 생각으로 자전거에 간이 점포를 달아 씨앗 호떡 장사를 시작했다. 경영학 대학원생이 갑자기 호떡 장수라니! 그의 선택에 주변 사람들이 놀랐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다른 아시아 음식에 비해 한국 음식 불모지였던 덴마크에 우리의 맛을 알리고 싶었다는 그의 포부. 지금은 호떡을 포함, 한식 메뉴를 제대로 갖춘 어엿한 한식당을 덴마크에 열고 우리의 음식 문화를 그곳에서 알리고 있다. 주변의 기대와 안정된 생활을 과감히 떨치고 나와 무모하다고 여겨질 만한 씨앗 호떡의 시작은 이제 코펜하겐 중심부에서 열정의 씨앗으로 움트며 자라고 있다.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건 참 어렵고 외로운 일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 훗날 무엇이 그에게 진정한 성공으로 남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코펜하겐에서 인기 중인 씨앗 호떡과 간이 매장

한편 세계 행복 지수 상위권인 덴마크엔 우울증등으로 마음이 힘든 사람도 많다. 빛이 있으면 어둠과 그림자도 있는 건 당연한 일일 테니... 당장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 테지. 곡선의 자전거 도로가 삶의 여유를 담듯,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단단한 삶을 만들어줄 신념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덴마크 호떡 청년의 도전처럼 말이다.

코펜하겐 전경


매거진의 이전글[첫번 째 맛] 바르셀로나 빠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