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맛을 가져온 음식
‘프라하’하면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떠올리는 나, 바로 옛날 사람! 울퉁불퉁 편치 않은 돌바닥 하나에도 낭만을 입히며 들뜬 마음으로 프라하의 여름 한 가운데를 걸었다. 시내에 들어서니 건물이라고 꼭 반듯할 필요는 없다는 듯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인 ‘댄싱 하우스’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편견을 깨면 새로운 시각과 놀라운 것들이 탄생하고 또 그것이 이렇게 역사가 된다.
트램을 타고 아름다운 전경 속 카를교에 이르렀는데, 여기 중간 쯤엔 네포무츠키 석상이 있다. 이걸 만지면 다시 프라하로 돌아온다는 전설이 있다기에 나도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프라하의 성이 저 멀리 보이는 가운데 반짝이는 강을 따라 오후의 로맨틱함에 흠뻑 취한다.
그러나 너무 취해 있었던 걸까. 가방 옆에 달린 작은 지갑을 꽉 채운 동전들이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진 걸 발견했다. 상태를 보아하니 분명 털린 것이었다.
오 이런! 낭만과 맞바꾼 나의 피 같은 재산이여! 낭만을 도둑맞은 허망한 속 쓰림은 곧 허기짐으로 바뀌었다. 아...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어슴푸레한 저녁, 근처 레스토랑으로 어기적 들어 섰다.
체코어는 모르지만 왠지 연륜이 느껴지는 간판만 보고 들어 온 식당. 오렌지 빛 조명 아래 오래 된 나무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는 시끌벅적한 홀 안을 휘이 둘러보니 왠지 낯익은 비주얼의 음식이 눈에 띄였다. 웨이터에게 물어보니 ‘굴라쉬’라고 한다. 굴라쉬는 동유럽의 스튜 종류인데 마치 아빠가 종종 끓여 주셨던 비프 스튜와도 닮은 모습이다.
소고기 양지, 양파, 감자, 당근, 버섯, 월계수 잎, 간 토마토, 여기에 아빠의 스튜에만 꼭 들어가는 셀러리와 토마토케첩 듬뿍! 뭉근한 불에 육수와 채소가 한데 어우러져 푹 끓여진 진하고 따뜻한 스튜. 아빠의 손맛이 만든 그 음식에 늘 ‘한 그릇 더’ 를 외쳤던 우리들...
모락모락 스튜가 식도를 타고들어 나를 토닥인다.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은 영원치 않음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러나 말로만 알고 있던 이 막연함은
왜 늘 그것이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그 미련한 혀끝에 먹먹한 후회와 그리움으로 남는걸까…